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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오래 살고 싶은 마을이 바로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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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삼각산재미난마을’

육아·교육·취미생활 등 함께해

“공동체 기반 경제 시스템 만들 것”

중앙일보

마을목공소에서 작업하는 이상훈(안경 쓴 이)씨와 목수들. 모두 수유동 일대 주민들이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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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필요한 걸 다 돈으로 해결할 수는 없잖아요? 개인의 필요가 우리의 필요로 확장되고, 관계망으로 해결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마을 공동체가 단단해졌습니다.”

삼각산재미난마을 상임이사 이상훈(49)씨는 “함께 늙어갈 좋은 이웃이 생기는 것”이라며 ‘마을살이’의 의미를 짚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을 중심으로 인근 주민 140여 명이 회원인 삼각산재미난마을은 초등 대안학교 ‘재미난학교’와 마을 도서관 ‘재미난도서관’, 주민 커뮤니티 공간‘재미난카페’ 등을 운영하는 사단법인이다. 출발은 1998년 설립한 공동육아협동조합 ‘꿈꾸는어린이집’이었다. 이씨가 99년 수유동으로 이사 온 이유도 바로 이 어린이집 소문을 듣고서였다. 또래 부모들과 협력·협동해 아이를 키우며 공동체의 효용을 톡톡히 누렸다.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의기투합해 2004년 초등 대안학교 ‘재미난학교’를 열었다.

“아이 하나를 잘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그 말이 정말 맞아요. ‘오늘 엄마아빠 좀 늦는데 마을 밥집 가서 밥 먹고 놀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밥집이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재미난학교 학부모·교사 등 주민 26명이 1억3000만원을 모아 2009년 친환경 식당 ‘재미난밥상’을 만들었다. 이씨는 “밥집이 학교와 마을을 일상적으로 연결시켰다. 관계망이 크게 넓어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공동체가 된 100여 명의 주민이 2011년 사단법인 ‘삼각산재미난마을’을 창립하고 이씨가 사무국장 겸 상임이사를 맡았다. 회원들은 운영이 쉽지 않았던 재미난밥상 문을 닫기로 하고, 남은 임대 계약 기간 동안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투표에 부쳤다. 민박집과 만화방·PC방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결선 투표까지 거쳐 문을 연 곳이 바로 ‘재미난카페’다. 공간이 생기니 관계는 더 끈끈해졌다. 카페에서 독서모임도 하고, 타로·사진·와인·옛이야기 강좌도 진행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포트럭 파티도 열렸다. 필요한 일, 하고 싶은 일을 함께 도모하는 일도 일상이 됐다. 마을공동작업장 ‘마을목수공작소’, 서점 겸 주점 ‘싸롱드비’, 음악 스튜디오 ‘재미난밴드 합주실’ 등이 문을 열었고, 마을극단 ‘우이동’, 자전거 동아리 ‘두바퀴로 만나는 세상’, 영화모임 ‘영.마.살’, 바느질 동아리 ‘실밥’ 등이 만들어졌다.

“오래 살고 싶은 마을이 되고 그 지역이 건강하게 지속가능하면 그게 바로 도시재생 아니냐”는 이씨는 “이제 마을공동체 기반 경제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필품 구입 등 주민들의 일상적인 경제활동의 부가가치가 마을로 돌아가게 되면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포부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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