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1 (일)

"경찰, 국정원 위해 정치댓글 누락하고 수사내용 실시간 전달"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찰, 김병찬 용산서장 댓글수사 방향·결과 국정원에 유출 파악

김 서장, 국정원과 집중 통화…"정치관여 댓글 확인되고 상황 심각"

연합뉴스

김병찬 용산경찰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검찰이 11일 국가정보원에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김병찬(49)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재판에 넘긴 것은 5년 전 그가 실정법을 어기며 '국정원 메신저' 역할을 했던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2012년 12월 11일 터진 '국정원 여직원 사건' 당시 김 서장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장으로 수서경찰서가 넘긴 여직원 노트북 분석 지원을 맡았다. 같은 달 14일 노트북에서는 국정원 요원들의 아이디·닉네임이 기재된 문서 파일이 발견됐고 이들이 남긴 정치 댓글 흔적도 나왔다.

김 서장은 이튿날인 15일 국정원 연락관 안모씨와의 전화에서 "상황이 좀 심각하다, 정치관여성 댓글이 확인된다"며 수사 상황을 그대로 유출했다. 이어 수서서에서 의뢰한 댓글 검색 키워드 100개를 무시하고 키워드를 박근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새누리당 등 4개로 제한하겠다는 방침도 알려줬다.

4개로 축소된 서울청의 키워드 분석에서는 정치관여 댓글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19대 대선 후보 토론 직후인 16일 밤 11시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없었다'는 취지의 중간수사 결과를 전격 발표해 대선에 사실상 영향력을 미쳤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연합뉴스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와 그의 노트북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서장은 이후 대선 개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재판에 나와 "당시 키워드를 100개에서 4개로 줄인 것은 서울청 분석관들의 자체 결정"이라고 증언했다.

이는 김 전 청장이 댓글 분석을 축소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며 그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배경이 됐다.

그러나 키워드 축소를 주도한 것은 분석관들이 아닌 김 서장이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김 서장은 부실한 중간수사 발표에도 관여했다. 그는 서울청이 작성한 중간수사 결과 보도자료를 수서서보다 국정원에 몇 시간 먼저 보내준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그 덕에 국정원은 경찰 발표 11분 만에 야당 비판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 서장과 국정원 연락관 안모씨가 12월 11일부터 중간수사 발표날인 16일까지 46회 실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파악했다.

그간 김 서장은 46회 연락 중 대부분은 통화 시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지만, 검찰이 이동통신사에 확인한 결과 그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검찰은 김 서장과 관련해 드러난 새 사실만으로는 앞선 김용판 전 청장의 대선개입 혐의를 두고 내려진 무죄 판결을 뒤집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김용판 등 윗선의 혐의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서장 등의 국정원법 위반 공모 혐의 등이 추가 수사로 드러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banghd@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