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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삼성반도체 기술유출` 다툼…하이닉스 7년만에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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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기밀 아냐" 하이닉스·AMK 관계자 18명 전원무죄

매일경제

2009년 3월 SK하이닉스 지방사업장에 재직 중이던 김 모 부장은 자신이 팀장을 맡고 있는 구리배선공정 관련 태스크포스(TF)에 반도체 장비 협력사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AMK) 직원을 초청해 프레젠테이션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직원이 당시 발표한 내용은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관련 자료들이다. 이 회의로 하이닉스가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부정하게 빼냈다며 '산업스파이'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AMK가 삼성전자에도 장비를 납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동부지검은 하이닉스·삼성·AMK 임직원 18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어느 수준의 정보를 회사의 핵심기술과 영업비밀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렸고 7년 만에 최종 판단이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하이닉스·AMK·삼성 임직원 18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하이닉스와 AMK 간에 공유한 자료들이 삼성만의 특화된 반도체 기술인지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AMK는 글로벌 1위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 AMT의 한국지사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 임직원들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빼돌렸고, 이 중 일부를 SK하이닉스 측에 넘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특히 이들이 취득한 자료는 삼성 반도체의 핵심기술인 42㎜급 플래시 메모리 등과 50㎜급 D램 메모리 등에 관련된 것으로, 이는 정부가 고시한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되는 반도체 종류다. 또 삼성의 구리배선공정 적용 생산라인 자료 등은 삼성만이 알 수 있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하이닉스는 반도체의 배선 소재로서 종전 알루미늄 또는 텅스텐을 대체해 구리를 적용하는 구리배선공정을 하이닉스 지방사업장 생산 라인에 도입하려고 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삼성의 관련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자 협력사를 통해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봤다. 실제 일부 자료는 경쟁사에 노출될 경우 그 회사의 개발 속도가 6개월~1년 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내용이 검찰 공소사실에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1심은 남 모 삼성전자 과장, 김 모 AMK 이사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하이닉스 김 모 부장과 마 모 과장에게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회사 김 모 수석과 전 모 과장에게는 각각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곽 모 AMK 부사장 등 나머지 12명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유죄가 인정된 6명이 유출·취득한 삼성의 반도체 기술 관련 자료는 국가핵심기술로 볼 수 있고,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마 과장이 3차 회의 자료 요청 관련 이메일에 '경쟁 업체 간 자료 공유에 대한 불편한 점이 있을 것 같아 참석 인원 제한했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경쟁사 D램(56㎜, 42㎜)/낸드(44㎜) BM 이해' 등의 자료를 요청했다"며 유죄로 판단한 근거를 밝혔다. 또 "6차 회의 요청 자료에는 '경쟁사(16라인)의 장비보유 현황 및 적용 레이어'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 AMK 직원들의 "경쟁사는 삼성전자로 인식했다"는 법정 증언도 중요하게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던 6명을 포함해 기소된 18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MK가 건넨 자료가 실제 삼성의 영업비밀과 일치하는지에 대해 충분한 증명이 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MK가 하이닉스에 건넨 자료는 AMK 측에서 재가공한 자료"라며 "내용 중에는 삼성 측이 먼저 알려주거나 논문 등을 통해 업계에서 이미 알려진 내용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이 해당 자료들을 비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옳았다고 봤다. 이번 형사재판과 별개로 AMK는 2010년 11월 30일 1심 진행 중에 삼성전자와 화해협약을 체결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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