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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글로벌포커스] `학자금부채 혁명`은 4차 산업혁명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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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창의력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다." "사람은 창의적인 것이 디폴트다." 창의성의 첨단을 달리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말이다. 사실은 지금부터 50여 년 전인 1960년대 랜드 박사가 연구한 결과를 머스크가 인용한 것이다.

랜드 박사는 1660명의 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조사 결과 5세 아이들은 90%가 창의적이었는데 10세 때는 60%, 15세 때는 12%, 20세 때는 5%, 25세 때는 2%만 창의적이란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나이가 들면서 배워가게 되는 '규칙적이고 의무적인 것'들이 창의성 위에 쌓이고 쌓여 창의성의 발현을 막는 것이다. 머리를 단정히 하라. 예의를 잘 지켜라. 화장실에서 흔히 보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등등.

이렇게 지켜야 할 의무가 많아지면 뇌가 피곤해지고 뇌의 수용력이 소진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기 어렵다. 창의력을 이렇게 정의하면 창의력을 높이는 방법은 겹겹이 쌓인 규칙과 의무를 '걷어내는 것'이다. 의무감에서 해방되면 건방져 보일 수도 있고 천방지축일 수 있다. 바로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이다.

최근 뇌과학자들과 뇌경제학자들은 과도한 부채 부담이 창의력을 위축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주목할 점은 실제로 부채를 쓰지 않아도 앞으로 부채를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뇌의 활동이 위축된다는 점이다. 로이 바우마이스터 플로리다주립대 교수가 말한 '자아고갈'이다. 고정적인 이자를 규칙적으로 지불하고 원금을 의무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학자금대출은 뇌의 입장에서 보면 창의성을 억누르는 강력하고 찐득찐득한 장애물이다.

MIT에서 나오는 인지신경과학저널에 의하면 학자금대출 같은 부채를 많이 쓰게 되면 뇌가 변한다. 지휘와 통제의 역할을 하는 배외측 전두피질이 위축되고 동시에 마약중독자들처럼 열망과 선택 우선순위를 담당하는 선조체가 활성화된다. 마약중독자가 다른 데 신경 못 쓰듯 부채 갚는 것 외에 다른 데 신경 못 쓴다는 말이다. 뇌가 말랑말랑한 10대나 20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뇌의 작동 방식이 이러하니 아무리 IQ가 170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은 젊은이라도 빚 부담이 크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 빚 갚느라 현재밖에 못 보기 때문인데, 창의력은 미래를 생각하는 부분과 밀접히 관련된다.

그렇다면 왜 '학자금부채 혁명'이 4차 산업혁명보다 훨씬 더 중요한가? 이렇게 질문해보자. "4차 산업혁명은 누가 주도하는가?" 젊은이, 그것도 모든 중력에서 벗어나 톡톡 튀는 아주 젊은 젊은이들이다. 젊은이들이 부채에 찌들어 있으면 아무리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지원을 많이 해도 사상누각일 뿐이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자금부채 개혁은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젊은이들의 뇌를 가볍게 해주는 것은 가장 먼저 추진돼야 할 정책과제다.

'부채 트릴레마(debt trilemma)'라는 말이 있다. 첫째 상환 의무가 있는 빡빡한 부채, 둘째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민주적 부채, 그리고 셋째 부실이 없는 건전한 부채라는 세 가지 목표는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법칙이다. 하나를 포기하든지 바꾸어야 한다. 민주화된 부채와 건전한 부채를 포기하기 어려우니 빡빡한 부채를 융통성 있게 바꾸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바로 '소득나눔 학자금'이다. 대학생 미래 소득의 일정 비율(예 3%)을 일정 기간(예 8년) 동안 나누는 조건으로 학자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상환 의무가 없다. 미국도 대학생 창업 비율이 급감하는 원인이 학자금대출 상환 때문임이 밝혀진 후 기겁을 하고 학자금대출 개혁에 나섰다. 지난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서 경쟁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대학생 성공 투자법'을 제안해 논의 중이다.

'소득나눔 학자금'은 부채와 달리 원리금 상환 의무가 없다. 그래서 젊은이들의 뇌를 창조적으로 만든다. 4차 산업혁명에서 성공하려면 창업지원법을 개정할 것이 아니라 학자금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다.

[김형태 미 글로벌금융혁신연구원장·전 자본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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