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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냉전 종식’ 핵군축조약 폐기 위기…미·러 핵경쟁 재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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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러시아에 “조약 어길 시 중거리 핵미사일 개발 착수” 경고

내년 예정된 ‘신전략무기감축협정’ 연장 가능성에도 적신호



냉전 해체기인 1987년 체결된 미국-소련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핵 위기와 더불어, 30년간 유지된 ‘최초의 실효적 핵 감축 조약’이자 ‘군축의 이정표’였던 이 조약이 당사국 간 책임 전가 양상으로 삐걱대면서 세계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이 러시아에 중거리핵전력조약을 계속 어긴다면 새로운 중거리 핵미사일 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조약을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러시아의 조약 파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폴 셀바 미국 합참 차장은 러시아가 2월에 신형 순항미사일 SSC-8(Novator 9M729)을 실전 배치한 것은 조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양국은 이번주에 중거리핵전력조약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만나 이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에 ‘수치심을 주는 해법’을 썼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아 정치적 압박을 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조약 불이행을 이유로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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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거리핵전력조약은 1987년 미국과 옛 소련이 체결한 중거리 핵무기 폐기 조약이다. 사거리 500~5500㎞의 지상 발사 핵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폐기하기로 했고, 제작이나 실험 또한 금지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서명했고, 냉전시대 군비 경쟁을 종식한 역사적 문서로 꼽힌다. 이후 세 차례의 전략무기감축협정으로 양대 핵강국의 핵무기 수가 크게 줄었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독일 <슈피겔>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4주 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회원국 국방장관들에게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했다며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 조약은 대상 미사일들의 사정권에 드는 유럽의 안보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고 한다. <슈피겔>은 조약 파기가 현실화된다면 “새로운 군비 경쟁의 시작이며 냉전의 논리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이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한다며 반발한다. 러시아 외무부는 “탈정치적이고 전문적인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정치적 압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지난해 5월 루마니아에 이어 내년에 폴란드에 설치할 예정인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무장 무인항공기 또한 조약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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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서기장(왼쪽)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1987년 백악관에서 중거리핵전력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박물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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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수년 전부터 중거리핵전력조약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2007년 세르게이 이바노프 당시 국방장관은 “이 조약은 큰 실수였다”고 말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2013년 소련이 이 조약에 서명한 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양국의 이런 기류가 특히 내년으로 예정된 미국·러시아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연장 가능성에 적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지난해 세계 100대 방위산업체의 판매액이 2011년 이후 6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록히드마틴 등 미국 업체 판매액은 2172억달러(약 237조1172억원)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고, 러시아는 266억달러로 3.8% 늘었다. 한국 업체 판매액은 전년 대비 20.6% 치솟은 8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연구소는 북핵 위협에 맞서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증가한데다, 한국산 미사일과 잠수함, 전투기 등이 남아시아와 동유럽, 남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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