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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예루살렘 선언’에 성경 갖다 댄 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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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과 회동 후 기자회견서 발언… 국제사회도 불편한 기색

마크롱 佛대통령과 회동회견서

“3000년간 이스라엘의 수도였다

팔레스타인은 현실 깨닫길” 발언

중동 반미시위에 기름 부은 꼴

터키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
한국일보

10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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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은 3,000년 동안 이스라엘의 수도였다. (유대인이 아닌) 다른 이들의 수도였던 적은 없다. 이는 아주 훌륭한 책, ‘성경’을 보면 알 수 있다.”

개신교 목사의 설교도, 유대교 랍비의 율법 강의도 아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동을 갖고 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선언’을 지지하며 내놓은 발언이다. 이스라엘의 환영 반응이야 새로울 게 없지만, 역사적 사실이나 국제사회의 합의가 아니라 자신들의 ‘종교 경전’에 불과한 성경을 자국 주장의 정당화 근거로 들먹인 것은 외교적 사안 논의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룰조차 망각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영국 BBC방송과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6일) 이후 첫 해외순방으로 프랑스를 찾은 네타냐후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에도) 70년간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였다”라며 “성경뿐 아니라 디아스포라(유대인들의 방랑사) 등에서도 이는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유대인과 예루살렘이 수천년간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런 현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평화를 향해 더욱 나아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러한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마크롱 대통령이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국제법에 반하는 것이자 평화에 대한 위협”이라며 반대의 뜻을 표한 직후 나온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면서 “현재의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이스라엘의 용기를 보여달라”고도 주문했다. 두 정상 모두 겉으로는 ‘평화’를 외쳤으나, 너무나 뚜렷한 이견만 노출시킨 ‘어색한’ 기자회견이었던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부적절한 표현은 팔레스타인은 물론, 중동 전역에서 격화되고 있는 유혈충돌과 반미시위에도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당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했다. 레바논과 터키 예멘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 전 세계 이슬람권 국가들의 미국 대사관 앞에선 미국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가 이어졌고, 예루살렘에선 이스라엘 보안요원이 팔레스타인인의 흉기 공격으로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외교장관들과의 비공식 조찬회동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유럽연합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며 종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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