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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World & Now] `예루살렘 선언` 트럼프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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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칠십 평생을 그렇게 살아 온 미스터 트럼프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한 말이다. 바뀌지 않는 트럼프 스타일이 무엇인고 하니 돈이 되는 일이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부동산 사업가 특유의 기질이다. 정치권에 뛰어든 후에는 추구하는 바에 '돈'에다 '표'가 더해졌다.

국무·국방장관이 만류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와 유럽의 동맹국까지 비판하는 '예루살렘 선언'을 강행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되더라도 '내 갈 길'을 간다는 식이다. 여기서 '내 갈 길'은 선거에서 표가 되는 길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에는 이런 행보에 '신고립주의'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었다. 하지만 단순히 말하자면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만 있다면 투표권 없는 국제사회의 비난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후변화협약 탈퇴, 브렉시트 지지, 이란 핵 협정 파기 등이 그러했다.

투표권은 있지만 어차피 트럼프를 찍지 않을 캘리포니아나 뉴욕의 유권자, 진보 성향 인사, 아시안이나 무슬림 미국인도 안중에 없다. 브루킹스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3%가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반대했다. 찬성은 31%에 불과했다. 찬성하는 31%는 복음주의 기독교인과 유대인 그리고 거액 후원자들이었다.

미국인의 71%가 기독교인이고 이 중 3분의 1이 보수적 성향의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다. 이들은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세계 각지에서 부동산 사업을 벌이면서 유대계와 각별한 친분을 유지해 왔다. 가장 신뢰하는 맏사위 쿠슈너가 유대인이고 장녀 이방카는 결혼과 함께 유대교로 개종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선거공약은 이들을 겨냥해서 나온 것이다.

미국 인터넷매체 쿼츠는 예루살렘 선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인물로 카지노 재벌 셸던 애덜슨과 미리엄 애덜슨 부부를 주목했다.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난 미리엄 애덜슨은 예루살렘이 유대인 땅이 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 이들은 지난 한 해에만 공화당에 8300만달러를 기부했다.

트럼프의 시선은 2020년 재선에 꽂혀 있다. 재선 승리를 위해서는 내년 중간선거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복음주의 기독교인과 유대인, 거액 후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승부처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 중간선거의 나침반이 될 선거가 바로 오늘 있을 앨라배마 상원의원 보궐선거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이 보궐선거 일주일 전에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letsw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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