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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뉴스탐색]“채용비리 드러나도 피해자 대책 없어”…직접 돈 쓰며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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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결과 발표에도 피해자들은 언급조차 없어

-보복 우려에 아예 피해보상 소송 포기하는 경우도

-“채용비리 피해 입어도 직접 돈 써가며 소송해야 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처음에는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말을 신문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어디서도 듣지 못했는데, 결국 검찰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하면서 내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감사원 보고서가 나오고 금융감독원 기자회견도 있었지만, 피해자는 언급도 되지 않았습니다.”

2016년도 금감원 5급 신입 공채에서 합격점을 받고도 최종 탈락 통보를 받았던 정모(32) 씨는 결국 금감원을 대상으로 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헤럴드경제

[사진=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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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서울남부지법에 지난 7일 고소장을 제출하며 “한창 일을 해야 할 시기에 합격한 상태에서 채용이 취소되는 등의 부당함을 겪어 정신적ㆍ물질적 피해가 크다”며 “어느 곳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아 직접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씨가 처음 자신이 채용비리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안 것도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를 받고 나서였다. 그전까지 감사원의 채용비리 발표가 있었고, 금감원의 입장 발표도 있었지만, 피해자인 정 씨는 배제됐다.

정 씨는 “처음 언론에서 금감원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고, 감사원에서 감사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했다고 했는데, 정작 피해자인 나한테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며 다른 채용비리 사건과 달리 피해자가 명확한 사건임에도 아무런 언급조차 없었다“고 했다.

정 씨는 결국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자신이 채용비리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고민 끝에 소송을 결정했다. 정 씨는 “이미 최종 합격 대상자였기 때문에 채용이행 요구를 함께하려고 했지만, 결국 고소장에는 손해배상만 들어가게 됐다”며 “막상 다시 채용이 되더라도 부정채용으로 먼저 입사한 사람도 멀쩡히 출근하는 중인데다 해코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걱정부터 들었다”고 했다.

정 씨 외에도 금감원 채용비리로 인한 피해자들이 더 있지만, 일부는 이미 다른 공공기관에 합격하는 등의 사정으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도 금융업계 종사하고 있는 일부 피해자들은 금감원에서 보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예 소송을 포기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려워 소송조차 하지 못하지만, 금감원은 그저 검찰 수사와 앞으로 재판 결과만 기다린다는 입장을 밝힐 뿐이다.

피해자인 정 씨는 ”감사원 결과를 통해 이미 피해자까지 가려졌지만, 금감원으로부터는 전화 한 통화 받은 적 없다”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뿐만 아니라 합격자 전원이 낙하산으로 밝혀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도 피해자들이 지난달 강원랜드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최근 5년 동안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지적사항만 2234건에 달한다. 그러나 잇따른 채용비리 사건에도 피해자 구제 대책은 어디에서도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직접 보상을 요구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소송에 참여한 한 피해자는 “정부가 채용비리 주도자들을 밝혀내고 처벌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도 이해하지만, 피해자들에 대해 언급조차 없는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피해자가 직접 돈을 써가며 구제를 요청해야 한다면, 공공기관 채용을 앞으로 누가 신뢰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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