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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박주원, ‘DJ 비자금’ 몇 번이나 확언 이제 와서 ‘가짜뉴스’ 폭로라니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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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영 전 의원 단독 인터뷰

“박주원 근거 자료는 CD 사본 한장과 발행 확인서 뿐…제보자 은행 부장이라더니 ‘모대학 총장’으로 말 바꿔”

경향신문

“박주원씨가 내게 여러 번 전화해 자기가 ‘당과 언론에 한 해명과 말을 맞춰달라’고 요구했어요. 나는 (경향신문 보도는) 검찰에 진술했던 내용이고 지금도 검찰에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했죠. 다만 나는 언론과 접촉하지 않을 테니 당신이 사실에 근거해서 해명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박주원씨는 너무 나갔어요. 언론에 자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비자금이라고 특정한 적이 없고 내가 2008년 가짜뉴스를 폭로했다고 주장하니, 황당할 뿐입니다.”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DJ 비자금 100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의혹을 공개한 주성영 전 한나라당 의원(59)은 10일 경향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100억원 CD는 2006년 초 박주원 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DJ 비자금이 틀림없다’고 하면서 나한테 준 것이 맞다”고 밝혔다.

주 전 의원은 “당시 보좌관으로부터 ‘한 주간신문 기자를 통해 박주원이라는 사람이 의원님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전달받았다”며 “며칠 후 박씨가 찾아와 DJ 비자금 등 여러 정보에 대해 말했다”고 했다. 주 전 의원은 “이후 몇 번의 면담과 전화통화를 거친 뒤 박씨가 DJ 비자금 자료를 줄 테니 자신의 강남 사무실로 와달라고 요구했고, (자료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 전 의원은 “나는 그전까지 박주원이라는 사람을 전혀 몰랐다”고 강조했다.

“당시 밤늦게 찾아간 박씨의 사무실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부근에 있었어요. (운전)기사를 대기시키고 혼자 올라갔죠. 박스에 자료가 잔뜩 담겨 있는데, 영양가 있는 건 ‘강만길 상지대 총장 시절 비리 의혹’, ‘중앙선관위 전자개표기 교체비리 의혹’, DJ 비자금이라고 한 ‘100억원 CD’ 3건이었어요. 앞서 두 건은 자료 양이 엄청났는데 DJ 비자금 자료는 CD사본 1장과 중소기업은행의 발행확인서뿐이었죠. 박씨는 내게 ‘틀림없는 DJ 비자금’이라고 몇 번이나 확언했습니다.”

주 전 의원은 당시 박 최고위원으로부터 해당 CD의 입수 경로에 대해서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박씨는 중소기업은행 김모 부장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나라가 이 모양이냐’며 자기를 찾아와 해당 CD를 줬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씨는 당시 김 부장을 보호해야 한다며 의원실엔 데려오지 않았고 다만 그가 은행을 그만두면 국회 증언도 할 수 있다고 했다”며 “하지만 2008년 국감 공개를 앞두고선 아직 은행 재직 중이라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주 전 의원은 “그러나 박주원씨가 엊그제 통화에선 ‘사실 CD 제공자는 모 대학 총장’이라고 말을 바꾸더라”고 밝혔다.

2006년 입수한 자료를 2008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주 전 의원은 “CD가 위·변조된 것은 아닌지 진위 파악에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박주원씨가 해당 CD를 제보할 때 내가 ‘왜 검찰에 주지 않느냐’고 물었어요. 박씨는 ‘노무현 정부에서 수사가 되겠습니까?’ 하더라고요. 내가 은행 간부들을 통해 알아봤더니 해당 CD가 누구 것인지는 확인 안돼도 실체는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 후 공개한 겁니다.”

주 전 의원은 “2006년엔 자료 입수 이틀 후 A4용지에 내용을 정리해 허태열 당시 사무총장과 이재오 원내대표에게 ‘활용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2008년 국감 공개 때는 상부 보고 없이 단독으로 했다. 그건 의원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했다.

주 전 의원은 박 위원이 DJ 비자금 의혹을 공개하기 직전엔 공개에 반대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주 전 의원은 “박주원씨로부터 얻은 정보는 공개 전 항상 박씨에게 미리 말했는데, 2008년 DJ 비자금 의혹 공개 전엔 그가 입장을 바꿔 공개를 반대했다”며 “그래도 내가 공개하겠다고 하니까, 자기 이름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주 전 의원은 “이 일로 검찰조사를 받았을 때 검찰은 이미 박주원이 제보자인 것을 아는 눈치였다”며 “하지만 내 입으로 발설할 수 없어 함구했더니 점점 상황이 불리해졌고 결국 2010년 비리혐의로 구속된 당시 박주원 안산시장을 교도소로 찾아가 사정을 말한 후 검찰에 제보자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박주연·강진구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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