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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美 시장 공략에서 삼성·LG가 향후 '1%' 수정할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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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월풀의 견제를 극복하고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더 높이려면]

머니투데이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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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세탁기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미국의 월풀(Whirlpool)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의 미국 내 수입급증으로 손해를 봤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이프가드를 청원했다. 이에 지난달 2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 중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채택했다.

미국의 세탁기 시장은 현재 기존 강자인 월풀(메이텍 포함)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뛰어들면서 3파전 양상이다.

시장조사 기관 트랙라인(Traqline)에 의하면 월풀의 시장점유율(수량 기준)은 2012년 41.8%에서 2016년 38.4%로 떨어진 반면 삼성전자는 6.6%에서 16.2%로, LG전자는 10.1%에서 13.1%로 껑충 뛰어올랐다. 또한 4일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드럼 세탁기(Front-Loader) 부문 브랜드 신뢰도'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월풀보다 2%p, 6%p 정도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진출 초기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미국 시장 세분화를 통해 10Kg, 900달러 이상의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트랙라인에 따르면 국내 가전업체가 판매한 세탁기의 평균가격은 월풀보다 100~120달러 정도 높다.

프리미엄 전략은 미국 가정이 대형 세탁기를 선호하지만 소비자 선호에 맞는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월풀은 신제품 출시가 느린 편이고 중국의 하이얼, 리틀스완 등은 내수와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중저가 제품에 치중돼 있고, 유럽 업체는 소형 가전에 강점이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용량 제품에 새로운 기능, 편의성, 디자인 혁신을 가미해 잠재된 소비자 욕구를 끌어냈다. 먼저 세탁기 기술을 발전시켰다. 삼성전자는 버블을 이용해 시간은 단축하되 세탁력을 향상시켰고, LG전자는 대용량 세탁기로는 처음으로 6모션과 DD모터(다이렉트 드라이브) 기술을 선보였다.

여기에 편의성을 높이고 디자인을 새롭게 구성했다. 전자동 세탁기는 스팀옵션과 손빨래 효과를 추가했고 드럼세탁기는 도어 손잡이를 올리고 세탁기 작동 중간에도 추가로 빨래를 넣을 수 있게 했다. 또한 월풀은 아직도 화이트 색상이 주류인 반면 메탈, 실버, 블랙 등 다양한 색상을 선보였다.

원가절감이나 무역 마찰을 피하기 위한 생산기지의 다변화도 꾀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고용이나 부가가치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세탁기 생산기지는 대부분 베트남, 태국 등으로 이전했다. 직접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LG전자는 테니시주에 각각 세탁기 생산공장을 착공해 내년 이후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그러나 세이프가드라는 새로운 변수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세탁기 생산기지를 전부 해외로 이전한 삼성전자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수혜를 받지 못하며 LG전자도 일부 국내산 제품을 제외하고는 높은 세율을 부담할 위험성이 커졌다. 게다가 해외 생산된 부품까지 세이프가드가 적용되면 미국 공장에서 출하된 제품도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런 견제는 해외 기업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통과의례처럼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국경을 넘어 제품을 이동해야 하는 제조업은 유·무형의 보호 장벽이 큰 난관이다. 일본의 자동차 산업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우리나라 태양광 셀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 청원이 된 상태이며 반도체, 철강 등 다른 산업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월풀은 세계 생활가전 제품 1위이며 넓은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있어 노키아, 소니처럼 쉽게 무너질만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홈그라운드에서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낮아지면 그만한 반발이 나오기 마련이다. 월풀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자국우선과 신보호무역주의에 편승해 세이프가드를 청원하는 것이 가장 손쉽게 시장을 방어하는 수단이자 합리적인 의사결정인 셈이다.

흔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기술의 개발·결합, 디자인 혁명, 글로벌 생산기지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술, 편의성, 가격 혁신을 통해 미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는데도 세이프가드 출현으로 시장 안착에 '1%가 부족'한 실정이다.

시장의 창출과 성장만큼 중요한 것이 관리이며, 국가·기업간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법적·행정적 규제도 고려해야 할 변수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앞으로는 현지 기업과의 제휴, 합병, 또는 제소 등 새로운 방안을 믹스하는 전략적 수정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해외에서 성과를 거둔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할지 아니면 절반의 성공으로 끝날지를 판가름할 시금석이 될 것이다.

레드오션으로 여겼던 생활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약진이 놀랍다. 하지만 국내 가전업체가 해외 시장을 급격히 잠식하자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됐고 이제 마땅한 전략의 수정은 필연적이다.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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