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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 잘 살아야, 한국인들도 잘 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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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7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 이정호 신부

"더 열심히 싸우는 분 많은데 상 받게 돼 부끄러워"

뉴스1

이정호 신부(국가인권위원회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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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뭐가 저를 신부가 되게 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단지 그 이후로 남을 돕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신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주민들의 아버지이자 친구로 30여년을 살아온 '파더 콜롬보' 이정호 신부(60)는 첫 모습부터 '강한 사람'이었다. 그를 강하게 만든 것에는 '해병대 출신'이라는 자부심도, 180㎝가 넘는 키와 우람한 덩치도, 스스로도 '한 성깔한다'고 말하는 성격도 다들 큰 몫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신부가 말한 신념이 무엇보다 그를 강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지난 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세계인권선언 69주년을 맞아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관장을 맡고 있는 이 신부에게 '2017년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평생을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노동자 및 결혼이주여성들의 인권 보호와 복지향상,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에 헌신한 공로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찾은 남영주시외국인복지센터 관장실에는 '파더 콜롬보'(콜롬보는 이 신부의 세례명)의 업적을 기리는 감사패들이 가득했다. 필리핀, 방글라데시, 라오스 등 출신도 다양한 감사패들은 그를 거쳐 간 수없이 많은 이주자의 모습이 담겼다.

이 신부는 1990년 성공회 신부로 서품을 받고서부터 이곳으로 왔다. 센터 주변은 원래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 이 신부는 이들을 섬기러 남양주 지역을 찾았다. 그런데 주위에 가구단지가 생기고 해외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나자 이 신부는 차별받고 고통받는 이들 이주자에게 눈을 돌리게 됐다.

평생을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이 신부이지만 상을 수상하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고 했다. 이 신부는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세월호, 사드 등 피눈물 흘리며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국의 모든 아픈 문제에 대해서 앞장서서 대변하는 사람이 받아야 할 상을 내가 뺏은 것 같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물론 '남을 위해 사는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8년 법무부 출입국 단속반이 불법체류자를 단속한다며 100여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을 체포한 적이 있었다. 이 신부는 단속반을 몸으로 막아섰고, 결국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공무집행 방해 혐의는 무혐의를 받았지만 이 신부는 정정당당하지 못한 공무집행 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신부는 당시를 생각하며 "절차와 예의를 갖춰서 공정하게 공무집행을 해야 하는데, 무작정 와서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고 잡아가면 인신매매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추석을 맞이해 이웃 동네로 마실을 나간 이주노동자 2명이 새벽에 교통사고가 나 연락을 받자마자 부리나케 뛰어간 적도 있었다. 새벽 3시에 1시간 만에 남양주에서 시흥으로 날아갔다. 처음 갔던 병원은 불법체류자라 치료를 꺼렸고 이 신부의 말처럼 '꼼짝없이 머리가 터진 채 죽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병원에 급하게 연락이 닿아 수술이 가능했다. 가슴을 쓸어내린 일이었다. 이 사건 이후, 병원에 가면 잡혀갈까 봐 걱정했던 이주노동자들이 다치면 상처 부위를 부여잡고 병원이 아닌 센터를 찾기도 했다.

이렇게 경찰, 검찰 조사에 불려나가는 상황에서도, 새벽에 예고 없는 사고 소식에 마음을 졸이면서도 이 신부가 일을 계속해온 이유는 이주자들이 한국사회에서 겪는 인권 침해와 차별 때문에 한국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결국 서로가 증오감만 쌓이고 피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신부는 "이 일을 하면서 상징적으로 느끼는 것인데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서 잘살아야 한국인들은 더 잘살게 된다"고 말했다. 이주민들이 좋은 마음을 가지고 일하지 못하고 상처받고 한국에 대한 악감정만 쌓인다면 결국 그 책임을 한국인들이 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 신부의 마음을 전달받고 고국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들은 다시 그 나눔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했다. 방글라데시로 돌아간 한 노동자는 이 신부가 한국에서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해온 '도시락 배당' 사업을 그대로 본뜬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벌어온 자금을 바탕으로 주변인들의 기부금을 받아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한편, 대한민국 인권상 시상은 8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세계인권선언 기념식'에서 이뤄진다.

이 신부는 기회가 있다면 시상식에서 밝히고 싶은 '소원'이 있다고 전했다. 소원이 궁금했다. 이 신부는 "불법체류 등을 이유로 한국에서 쫓겨난 친구들을 불러서 소주 한잔하고 싶다"고 했다. 이 신부는 "이렇게 상을 받게 된 것도 그런 친구들 때문인데, 한국에서 한번 추방당하면 영영 볼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인권상 수상으로 받게 될 상금 200만원을 방글라데시에 도시락 배달사업을 지원하는데 쓸 예정이다. 이 신부는 "200만원이면 2000명이 넘는 사람에게 도시락을 나눠줄 수 있다"라며 웃어 보였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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