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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비트코인 광풍, 사냥개는 잠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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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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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한국의 GDP는 전 세계의 2% 미만인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의 21%를 차지하는 현실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그라운드 제로라고 혹평했다. 사고가 터지는 원점에 비유한 것. 또한 학생(심지어 중학생까지), 사회초년 직장인, 군인, 퇴직 노인들까지 돈 넣고 돈 먹기에 뛰어든다는데 정부는 "내 소관이 아니다"며 방관하는 것 역시 납득이 안 간다. 더 안전한 주식거래엔 미성년자 투자 불가인데 암호화폐 거래는 허용된다니 전국에 강원랜드 카지노를 풀어놓은 것보다 더하다.

정부는 일단 개입하면 비트코인을 정식 상품이나 화폐로 인정하게 되므로 "그 존재를 부인한다"고 일관되게 이야기한다. 사고가 나더라도 "정부가 언제 투자하라고 했냐? 우린 책임 안 진다"는 식이다. 금융 당국에 "한국인이 소유하고 있는 암호화폐 규모는 얼마나 되냐?"고 물으면 "그건 화폐가 아닌데 왜 우리한테 물어보냐? 우린 그런 수치를 모른다"고 핑퐁친다. 중국 자금이 들어와 난장판치고 중국 자본으로 거래소도 만드는 일에 대해서도 오불관언이다.

암호화폐 거래대금은 하루 6조원이 넘은 경우가 많고 엄연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만든 거래소에서 거래되는데 공무원들이 모른다니 이제 국가책임론의 사상가인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할 판이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올해만 20배 가까이 올라 이 글을 쓰는 현재 1코인에 2000만원 쪽으로 가는 중이다.

한국의 코인거래비중이 통상 10%,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400조원가량 된다면 한국인들은 40조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론하자. 만약 미국이 연준 자체적으로 코인을 만들 테니 비트코인은 유통불허 명령을 내린다는 극단적 가정을 하면 40조원은 단번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40조원은 한국의 GDP가 연 3%성장해서 어렵게 번 돈의 수치와 같은 크기다.

이런 초대형 사고가 터지면 한국은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재앙을 당하게 된다.

1비트코인=1만달러를 돌파하자 노벨 경제학상 출신 조지프 스티글리츠, 장 티롤 교수는 '암호화폐 내재가치=0'이라면서 언제든지 제로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위험에 대비하는 게 국가의 책무다.

미국은 어떤가? 미국세청(IRS)은 얼마 전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1, 2위인 코인베이스(Coinbase), 제미니 (jemini)에 거래내역 제출을 명령했다가 말을 안 들으니 행정소송을 걸어 이겨서 자료를 받아 냈다. 일본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11곳에 한해 인가했다.

한국은 거래소 1위인 '빗썸'이 매달 200억원 이상을 벌고 코비 코인원 등도 큰돈을 번다는 소문이 퍼지자 코인거래소 설립이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뜨거운 신(新)산업이 됐다. 중국, 일본 자본이 들어와서 거래소가 난립하고 일부 대기업이 진출하느라 아우성이다. 누구나 4만5000원만 내고 구청에 사업등록을 하면 암호화폐 취급업소가 된다.

코인의 급등세는 위험해 보이며 NYT의 지적이 아니라도 한국의 높은 거래비중은 가장 위험한 불꽃놀이다.

거래대금을 한국의 경제력 규모에 맞게 지금의 10분의 1 정도로 축소할 장치 마련이 급선무로 보인다. 가계부채 대책이나 과거 선물거래 증거금 규모 확대조치 등 베팅을 제한한 것처럼 하면 될 것이다.

암호화폐의 이치도 모르는 미성년자 거래도 금지시켜야 한다. 또 본인확인(KYC) 정도의 규제도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선 연봉 20만달러 이하는 ICO에 참여하지 못하게 규제한다.

또한 거래소도 자격요건을 주는 게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필요하면 중국 자금 러시에 대한 감시와 필요하면 규제장치도 서둘러야 한다.

암호, 가상(사이버), 디지털 등 여러 가지로 불리지만 영문명으로는 암호(crypto-currency)로 통칭된 이 물건의 가격 폭등과 규모는 사상 최대 버블이다. 네덜란드 튤립, 영국의 남해주식, 미국 미시시피 버블 등이 있었지만 그 나라 내부에서만 있었지 가상화폐처럼 전 지구적 투기는 아니었다. 버블 시기도 몇 달 혹은 2~3년 지나 그냥 꺼졌지만 이번 암호화폐 투기는 벌써 9년째이다. 시장 규모도 비트코인만 300조원으로 치닫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중앙은행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통화가치를 보장해준다는 라스푸틴 같은 명분, 그리고 안전성을 블록체인 기술로 지켜준다는 비트코인은 신비한 논리로 무장해 사토시 나카모도가 창시했다지만 그를 본 사람은 없다.

모든 국가의 화폐는 중앙은행이 가치를 지키고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혈액으로 존재한다. 그것이 피셔의 화폐방정식 MV=PT로 나타난다. 단순화하면 통화량(M)은 국민소득(Y)의 거울이 되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근거가 되는 실물이 없다. 즉 가치의 기준은 텅빈 허공이다. 그런데 가격은 2009년 5월 1비트코인=0.9원에 불과했으므로 2000만배나 올랐다. 창세기 이래 최고의 버블이다.

그래서 JP모건의 경영자 제이미 다이먼은 '그것은 사기(fraud)'라고 말했던 것이다. 비트코인의 실제 기능은 자금세탁, IS 등 테러집단의 범죄대금 송금, 그리고 투기를 위한 투기만 하고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그 어떤 기능도 사회에 쓸모가 없다. 당장 폐지하라"고 주장한다.

역시 201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 교수는 FT 칼럼에서 "비트코인은 지속 가능한 현상인가?"라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고 확언했다. 스티븐 로치 같은 금융의 대가조차 "상상이 만들어낸 거품"이라 했다면 정말 조심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유용하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전문가는 없다.

은행, 증권사들이 블록체인동맹으로 인증서를 발급하고 에스토니아 등 동구권 국가는 주민등록도 블록체인 기술로 한다. 그러나 본질 가치가 없는 코인이 천문학적으로 튀어올라야 하는 원리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전문가를 아무리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시장에선 노보그라츠 헤지펀드 매니저처럼 시가총액이 2조달러로 간다는 사람도 있긴 한데 본인의 이득 때문에 그렇게 말할 공산이 크다.

암호화폐 가격 폭등, ICO 규모가 올해 35억달러에 달하는 등 괴물로 변모하는 조짐을 보이자 세계 각국은 대책 마련에 속속 나서고 있다. 미국은 시카고선물거래소가 암호화폐 선물거래를 오는 18일부터 허용키로 했다. 선물거래는 기관의 매도공세로 가격에 독(毒)이 될 수 있다. 그래서 FT의 질리언 테트는 '폭락에 대비하라'는 칼럼을 내보냈다. 질리언 테트는 일본 닛케이지수가 1990년대 초반 3만9000까지 치솟았다가 국제 선물거래상품 거래를 허용한 후 7000대까지 추락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암호화폐에 베팅하는 헤지펀드만도 8월 말 55개에서 11월 말 169개로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의 실질가치는 300달러(약 33만원)에 불과하며 PER는 1000에 육박한다는 사설도 썼다. 이런 고래들 싸움에 한국의 학생, 노인들의 자금은 가랑잎 축에도 못 든다. 이낙연 총리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을 낸 후 정부는 물정 어두운 법무부에 총책임을 맡겼는데 무책임한 발상이다. 시장흐름을 아는 기재부 금융위 산업부처가 총동원돼 대응하는 게 맞는다.

ICO, 선물거래를 무조건 금지시키는 걸로 금융위 의무가 끝난 게 아니다. 필요한 부분은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 정면 대응하는 게 옳은 처사다.

암호화폐 광풍의 한가운데 한국이 있고 국내 코인 가격은 외국에 비해 20%가량 높은 날이 많다. 대기업 중소기업 외국기업 그리고 노인에서 중학생까지 완전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인 탓이다. 최소한 100만명의 국민이 거래하고 거래소는 매달 1000억원 이상을 자의적 수수료로 벌어가는데 정부는 이게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억지주장을 한 거나 진배없다.

그런 공무원은 무자격이다.

세월호처럼 사고가 터져봐야 정신 차리겠는가. 국회의원들도 가상화폐 관련법을 만들자고 하면 혹 인기를 잃을까봐 소극적이다. 플라톤의 국가론에 비유하면 민가에 이리떼는 창궐하는데 사냥개(국가 파수꾼)들은 모두 잠들거나 도망쳐버린 형국이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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