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단독]역사교과서도 '朴 지우기'…"대한민국 건국→정부 수립"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역사 교과 교육과정·집필기준 시안 공청회 자료집 입수]

머니투데이

이영 교육부 차관이 3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공개 및 2015 개정 역사과정에 따른 검정도서 집필기준 발표를 하고 있다. 교육부는 논란이 되는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용어를 검정교과서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2017.1.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부터 쓰일 새 역사교과서에서 '대한민국 수립' 용어가 빠진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교과서에 수록되며 뉴라이트 시각이 반영됐다고 비판을 받았던 그 단어다.

7일 역사학계에 따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2일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 개발 공청회를 서강대학교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시안 개발 연구를 맡고 있는 신항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사, 남환호 의흥중 교사, 이환병 용산고 교사,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 등이 참석해 교육과정과 집필기준 시안을 발표했다.

신 박사는 새롭게 만들어진 교육과정 개정 시안 개발 원칙이 △내용요소 적정화(최소화) △중학교 전근대 중심‧고등학교 근현대사 중심 구성 △집필기준 최소화 등이라고 밝혔다. 집필기준 최소화는 박근혜 정부 당시 발표된 집필기준이 "교과서 서술의 범위와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집필의 자율성을 통제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머니투데이

평가원 시안 중 대한민국 정부 수립 시기를 담은 소주제, 교육과정, 성취과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새 교육과정에서는 1948년 8월15일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용어가 통일됐다. 시안에 따르면 고등학교 역사 내용 체계는 총 10개의 대주제로 나뉘는데 이 중 8번째 대주제는 '냉전의 시작과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으로 명기돼있다. 해당 대주제에 속한 소주제 3가지 중 하나에도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 단원이 포함돼있다. 성취기준은 총 3가지인데 이 중 하나에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과정과 의의를 살펴보고 이 시기에 제기된 과제를 사례로 설명한다'는 내용이 제시돼있다.

머니투데이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 교과 교육과정 시안. 대주제, 소주제, 성취기준 등에 실린 용어가<br> 대한민국 수립으로 통일돼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졌던 교육과정 시안과 확연히 다르다. 2015년에 만들어진 교육과정 시안을 보면, 같은 시기를 다룬 부분의 대주제가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세계의 변화', 소주제가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등으로 돼있다. 현대사 중 산업화의 역사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내용 요소와 성취기준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단어를 썼다. 시안을 바탕으로 확정된 실제 편찬 기준에도 '대한민국 수립'으로 용어가 통일됐다.

대한민국 수립은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이 주장하는 일명 '건국론'의 시각을 담은 용어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상해 임시정부 시절이 아닌, UN의 감시 하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선출된 후 수립됐다고 주장한다.

용어 변화에 대해 역사학계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 모임 회장은 "새롭게 만들어질 교과서에 뉴라이트의 시각은 폐기되는 게 맞다"면서 "이제는 역사 논쟁이 아닌 학생들의 교수학습법 등에 집중해 학생들이 시대별로,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를 공부하게끔 유도하는 시안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평가원은 공청회를 통해 집필기준 개발을 내년 1월까지 확정한다. 같은 시기에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확정고시 할 방침이다. 이 교육과정에 따라 각 출판사들은 내년 12월까지 교과서를 개발한다. 검정교과서 심사는 2019년 9월까지 진행되며 새 교과서는 2020년부터 현장에 적용된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