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단독]美, 한·미 FTA에도 '환율 조작 금지' 명시 요구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협상 개시 앞두고 워싱턴 채널 통해 요구, 환율정책 ISD 적용 가능성…우리 측 "수용불가"]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앞두고 한국에도 환율조작 금지 조항을 협정문 등에 반영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한 정책 자료까지 주기적으로 미국 측에 공개하라는 얘기다.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외환, 환율 정책이 투자자국가소송(ISD) 제소 대상이 될 수 있어 협상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7일 관련 부처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워싱턴채널을 통해 환율조작 금지 관련 조항 도입을 한·미 FTA 개정 협상 의제로 논의할 것으로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환태평양경제공동체협정(TPP) 수준의 환율 조항을 삽입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TPP 회원국의 거시정책 당국 공동선언문'엔 "회원국들은 환율이나 국제통화시스템 조작을 금지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합의문 조항을 준수함을 확인한다"고 돼 있다. 또 회원국들이 △중앙은행 보유 외환과 외환시장 개입 자료를 공개하고 △환율정책과 관련한 정례 회의를 개최하며 △자본 유출입 자료 공유를 공유하고 △환율정책 평가 보고서를 발행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에서도 환율 조항을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었다. 또 향후 재개하는 모든 FTA에 관련 조항을 반영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통화·환율 정책이 한·미 FTA가 규정하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통한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국가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손해를 입었을 때 해당 정부를 세계은행(IBRD)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해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특히 외환 당국으로서는 그동안 환율조작국 보고서를 발표하는 미국 재무부 외에 무역을 담당하는 상무부(USTR)까지 신경을 써야 해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운신의 폭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두 차례 발간하는 환율보고서를 통해 무역상대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공개한다. 재무부에 의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세계 주요 무역국으로서 국가 이미지에 손상이 가는 간접적인 타격을 입겠지만, FTA 조항에 의해 환율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 직접적인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

한 통상 전문가는 "외환시장 개입 자료 공개할 경우 한 쪽 무역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인위적인 개입이 아니라 미세조정이나 일상적인 발언조차 문제를 삼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일 2차 공청회로 국내 의견 수렴 절차를 완료한 만큼 이달 중 국회 보고와 함께 한·미 FTA 재협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재협상에서는 환율 조항 삽입 여부와 함께 자동차와 농산물 분야의 추가 개방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의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쿼터를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농산물 분야는 미국산 농산물 관세 즉시 철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추가 개방은 한국GM의 국내 생산분 축소 가능성과 맞물려 노동단체에서 반대를 하고 있고, 농산물 개방은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농업 분야는 레드라인(넘어설 수 없는 선)"이라고 못 박은 바 있어 그만큼 어려운 협상이 될 전망이다.

세종=양영권 기자 indepen@mt.co.kr, 세종=유영호 기자 yhryu@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