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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생 막아라” 홍대 앞 신분증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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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낸 고3, 클럽ㆍ술집 발길

“출생연도 조작은 고전 방식”

위조 신분증 온라인서 싸게 거래

업주 적발되면 영업정지 등 타격

지문 확인하고 감별기까지 동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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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김모(18)양은 일요일인 3일 새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클럽에 들어가려다 입구에서 제지당했다. 대입수학능력시험(수능)도 끝났으니 신나게 한번 놀아 보겠다고 몇몇 친구와 가장 ‘핫(Hot)’하다는 곳으로 간 건데, 성년인 척하려고 언젠가 길에서 주운 주민등록증을 내밀다가 직원에게 발각되고 만 것. “주민증 사진이 나 맞다”고 우기고 “친구들은 다 들어갔다”고 하소연도 해 봤지만 소용 없었다. 대신 김양은 클럽 측 신고로 마포경찰서에 주민등록증 도용 혐의로 입건돼 조사받는 신세가 됐다.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이 홍대 인근 술집과 클럽으로 몰려들면서 이를 막으려는 업주들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일부 업주는 직원들에게 “1999년생 입장을 무조건 막아라” 특명을 내렸을 정도. 관할인 홍익지구대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신분증 위ㆍ변조, 도용 신고가 일주일에 한두 건씩 꼭 들어온다”고 했다.

학생들이 홍대 인근으로 몰리는 건 ‘신분증 검사가 느슨하다’는 생각에서다. 법적으로 올해는 1998년생까지만 출입이 가능한데, 일부 학교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물려주는 ‘뚫리는 술집(별다른 검사 없이 술을 판매하는 곳)’ 목록에 홍대 앞 가게가 상당수다. 즉석만남을 권장하는 술집이 밀집해 있다는 것도 예비 대학생들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한데다, 강남 등보다 물가가 싸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술집 출입을 위해선 불법도 불사한다. 신분증에 적힌 숫자와 유사한 모양 스티커를 붙여 출생연도를 속이던 건 고전 방식. 지금은 사진이 닮은 타인 주민증 등을 아예 구입해 간다. 한 중고교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994~1997년생 주민증이나 면허증을 사겠다’ 혹은 ‘팔겠다’는 게시물이 하루에도 십여 건씩 올라온다. 페이스북 등에도 ‘증 팜’ ‘증 삼’ 등 신분증 거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가격은 장당 2만~4만원가량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은밀히 거래된다.

술집이나 클럽 입장에선 골칫거리다. 학생인 걸 알면서도 돈벌이 탓에 들여보내는 곳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실수 여부를 떠나 미성년자 출입이 적발되면 업주 쪽이 벌금이나 영업정지 등 처벌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주들은 신분증감별기까지 동원한다. 주민등록증 지문을 자세히 살펴보거나, 재사용을 막으려고 신분증 도용 사실이 확인되면 곧바로 가위로 잘라 버리기도 한다.

작정하고 덤벼드는 미성년자를 모두 막을 수는 없는 노릇. 경찰 역시 인력 부족을 이유로 신고가 들어와야만 출동, 단속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단순 ‘일탈’쯤으로 생각하는 신분증 위ㆍ변조 및 도용은 결코 미미한 범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한국일보

중고등학생이 회원 대부분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주민등록증 거래 희망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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