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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켓 생존자에 “이름이 뭐예요”만 되풀이한 해경,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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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해경, 심리 안정 지원할 인력·교육 과정도 없어

심리전문가 “위기대응 심리 전문 교육체계 필요”



한겨레

“새는 위험에 처했을 때 도망가지 않고 얼어버린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7일 해경이 공개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 구조요청 녹취록’과 관련해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이런 말을 했다. 녹취록은 영흥도 낚싯배 추돌사고 당시 선실 ‘에어포켓’에서 구조된 생존자와 통합신고시스템 해경 상황실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담긴 것이다.

임 교수는 “인간도 동물처럼 위급 상황에 직면하면 교감신경이 흥분되고, 이성이 마비된다”고 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에어포켓 생존자들이 바로 이런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때 흥분을 가라앉히도록 호흡 조절과 근육 이완 등의 방법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주며 감정을 추스르도록 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해경이 75분61초 동안 구조 요청자와 지속해서 대화를 나누며 애를 썼지만, 심리적 안정을 주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해경은 모두 11개의 녹취록 가운데 수사와 관련된 5개를 제외한 6개와 함께 음성 파일도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낚시객 심아무개(31)씨와 친구 2명이 뒤집힌 배 안 ‘에어포켓’(에어포켓은 배가 뒤집혔을 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배 안에 남아 숨을 쉴 수 있는 곳)에서 2시간43분 동안 버티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구조를 기다리는 절실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들은 “빨리 좀 보내 주세요”, “1시간 반 됐는데”, “너무 추워”, "숨을 못 쉬겠다”라며 오랜 기다림에 괴로움을 호소했다.

해경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구조대가 도착했어요”라며 불안에 떠는 이들의 안정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름이 뭐예요”, “위치가 어디에요”, “구명조끼는 입고 있지요” 등의 말만 되풀이하자 결국 전화기 너머로 심씨 일행의 거친 말까지 들려왔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심리 지원 전문 요원이나 상황실 근무자에 대한 심리 대응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교수는 “상황실 근무자는 반드시 신고자나 구조 요청자 등의 심리 안정을 유도할 수 있는 교육을 받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심폐소생술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야 상황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데, 이런 교육 자체가 없어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경은 상황실 근무자는 수색이나 구조 상황별 대응 매뉴얼과 교육은 하고 있지만, 심리 관련 교육은 없다고 했다.

한편 336t급 급유선 명진15호는 지난 3일 아침 6시5분께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남서쪽 해상 1.12㎞ 지점에서 9.77t급 선창1호와 충돌했다. 명진15호의 선수가 선창1호 왼쪽 선미를 들이받아, 전복되면서 선창1호에 탔던 22명 중 15명이 숨졌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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