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1946316 0182017120741946316 04 0401001 5.17.9-RELEASE 18 매일경제 41910963

"내가 실세다" 중동서 패권다툼 벌이는 스트롱맨들

글자크기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동이 글로벌 스트롱맨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세력을 끌어모은 이란 간 패권 경쟁에 미국, 러시아, 터키, 프랑스 등 외부 세력까지 본격 가세하면서 사활을 건 패권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인정하고,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중동은 시계제로의 상황에 빠져들었다. 미국은 지난 10월에는 이란을 '불량국가'로 지명하고 미국과 이란의 화해를 상징했던 '핵합의'를 불인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사우디·이스라엘 삼각동맹을 구축해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중동 정세와 관련해 최근 급부상하는 인물은 사우디판 '왕자의 난'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다. 미국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빈살만 왕세자는 수니파 세력을 규합해 이란 봉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친이란 성향의 카타르와 단교해 '이란 친구' 끊기에 나섰으며, 11월에는 수니파 협력기구인 아랍연맹(AL)과 이슬람대테러군사동맹(IMCTC)을 잇달아 소집해 반(反)이란 전열을 정비했다.

윌리엄 비먼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는 허핑턴포스트에 "사우디의 역할 강화를 모색하는 빈살만 왕세자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원하는 트럼프에게 이란은 매우 적합한 목표물"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숙적이었던 사우디와 최근 반이란 동맹을 검토하는 것도 미국의 중재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사우디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해 트럼프의 선언이 양국 간 동맹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이 표면적으로 예루살렘 문제에 대해 반대하지만 극단적인 대립을 피할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이라며 "미국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법으로 '2개 국가' 방안 추가 제시 등 아랍권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만연하겠지만 국가 간 전면전으로 가기에는 양측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우디와 이란의 경쟁은 이슬람국가(IS)의 몰락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시리아 내전이 시리아 정부군·이란·러시아 동맹 쪽으로 승리가 기울면서 이란은 시리아·이라크·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 구축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와 함께 시아파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시리아에 군사 개입을 단행하며 중동 지역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그는 2015년 9월 IS의 발원지인 시리아에 공습을 시작했다. 테러리스트 소탕이 명목이었지만 사실은 서방이 지원하는 반군으로부터 '친구'인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보호해 중동 내 입지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IS 격퇴전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러시아는 중동 정세를 좌우하는 '키플레이어'가 됐다. 푸틴은 주변국들이 대부분 개입한 내전에서 승기를 쥐었을 뿐만 아니라 핵심 당사자로 자리매김해 그를 빼고는 평화회담을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안나 보르시쳅스카야 워싱턴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원은 포브스에 "이스라엘과 요르단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이제 러시아와 안보를 논의해야 한다. 푸틴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서방과 협력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라크·시리아 내전 승리의 한 축인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양국 내전에 개입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계 '제압'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평화 중재를 명목으로 세를 과시하고 있다. 중동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프랑스가 최근 중동 분쟁에서 중재자를 자처하며 발 벗고 나섰다. 중동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유럽을 넘어 국제사회의 강력한 리더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사우디 방문 중 돌연 사임을 발표해 '강제 사임설'이 불거진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를 프랑스로 초청해 갈등을 중재했으며, 카타르 단교 사태 당시에는 "카타르와 아랍 국가들 간에 확대되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것이든 지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의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