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1941089 0352017120741941089 02 0201001 6.0.16-HOTFIX 35 한겨레 0 popular

후암동 6.8㎞의 특별한 코스

글자크기
[한겨레] 후암동 주민들이 만든 마을 지도

활동가 모임 ‘와글와글 후암인’ 주관

보수적인 자치위원 도움도 받아

문화주택 등 일제강점기 흔적 많은

동네 특성 살려 역사문화 산책길 조성

한겨레

용산구 후암동의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주택이었던 ‘지월장’ 앞에서 마을지도 제작에 참여한 박승희 ‘와글와글 후암인’ 간사(오른쪽)와 문인자 후암동주민센터 주무관(가 운데), 김재훈 용산구 홍보담당 주무관이 ‘지월장’의 역사를 이야기하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택 규모가 커서 이토 히로부미의 별장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한 곳이죠.”

지난 11월21일 오후 일제강점기 때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용산구 후암동의 ‘지월장’ 앞. 후암동의 산책길을 담은 문화지도를 제작하는 데 앞장선 박승희 마을공동체 ‘와글와글 후암인’ 간사(42·미디어공동체 용산FM대표)와 지도 제작 업무를 담당한 문인자 후암동주민센터 주무관은 기자에게 눈앞에 있는 지월장이라는 나무 간판을 단 일본식 건물의 유래를 설명했다.

지난해 <후암동>이라는 책을 펴낸 서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지월장은 사실 서선식산철도주식회사의 상무이사였던 니시지마 신조의 별장이었다. 마을공동체 ‘와글와글 후암인’이 제작한 문화지도는 역사문화 산책길, 아랫마을 산책길, 윗마을 산책길 등 세 가지 코스(총 거리 6.8㎞)를 담고 있다. 역사문화 산책길은 남산도서관 맞은편 ‘두텁바위’ 상징석에서 시작된다. 후암동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지나 두텁바위로를 타고 내려가면 장우오피스텔 주변으로 문화주택이라 하는 일제강점기에 지은 양옥을 여러 채 볼 수 있다. 마을버스 후암동 종점과 용산고교 사거리를 지나 후암로 동쪽 골목길로 접어들면 서울의 대표적 문화주택 지월장과 조선은행 사택지(현 한국은행 직원 공동 숙소인 후암생활관)가 나온다.

서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후암동에 300여채가 넘는 고급 문화주택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0년대 경성의 인구가 본격적으로 늘면서 후암동 일대에 일본인들이 집단 거주하는 서양식 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이를 당시 신문과 소설 등에서 “빨간 기와 파란 기와의 문화주택이 아름다운 색채로 늘어서 있는” 이라고 표현하면서 문화주택이라는 용어가 정착됐다.

이날 박 간사 등과 함께 둘러본 지도상의 산책길에서도 한국의 일반적인 주택 양식과는 다르게 지붕 위에 지붕을 얹은 듯한 2층 구조의 가옥이 눈에 띄었다.

후암동 아랫마을과 윗마을 산책길은 각각 역사문화 산책길 서쪽과 북동쪽을 아우른다. 아랫마을은 후암시장과 후암주방, 삼광초교 인근 적산가옥길, 윗마을은 주한 독일문화원과 108하늘계단 등을 주요 거점으로 한다.

애초 지도 만들기는 후암동 지역의 마을 활동가를 위한 ‘마을살이 네트워크 지도’로 기획됐으나 지도 만들기 과정에서 지역 특성을 살려 문화지도로 확대됐다.

한겨레

후암동 문화마을지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후암동주민센터와 와글와글 후암인은 지난해 4월 사업 계획을 세운 뒤 지도 제작을 맡을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이어 8월에는 서울시 도시계획과 김홍렬 주무관과 함께 주민들이 후암동 일대 역사적 명소를 둘러보기도 했다. 9월에는 박운정 열린사회 시민연합 북부시민회 대표를 강사로 초빙해 세 차례에 걸쳐 마을지도 만들기 강좌를 진행하고 조별로 구역을 나눠 답사를 이어갔다.

박 간사는 “지도 만드는 과정에서 직능단체와 동네 유지들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대부분 보수적인 분들과 대면해서 일을 같이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걱정했지만, 막상 같이 일해보니 지역에 오래 살아서 지역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자치위원회 위원들의 경험과 조언이 지도 제작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후암동 문화마을지도는 500부 제작돼 후암동주민센터와 인근 문화공간 등에 배포됐다. 후암동주민센터에서는 지도 제작을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지도에 담긴 뜻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문인자 후암동주민센터 주무관은 “지도를 따라 후암동 마을을 돌아보는 행사를 지난 11월10일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내년에도 후암동 자치회관의 문화 강좌에 ‘마을 한 바퀴 돌기’ 강좌나 마을해설가 양성 강좌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겨레 금요 섹션 서울앤 [누리집] [페이스북] | [커버스토리] [자치소식] [사람&]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 볼만한 영상 - TV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