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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 뭐길래①] 송년회 끝난 그 식당 앞은 ‘담배꽁초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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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식당가는 직장인 ‘너구리굴’

-전봇대ㆍ빗물받이 곳곳 꽁초 천지

-출퇴근때마다 청소해도 무용지물

-“쓰레기통 없어 버렸다” 해명하지만

-“휴대용 재떨이 들고다녀라” 반박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지난 4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일대 식당가 앞. 넥타이 맨 직장인 한 무리가 호프집에서 나오더니 하나 같이 담배를 꺼냈다. 삽시간에 ‘너구리굴’이 된 후 좁은 골목 위에 남은 건 수북한 담배꽁초 뿐이었다. 장바구니를 든 한 여성은 꽁초를 밟고 표정을 찌푸렸다. 이를 피해 보도블럭을 펄쩍 뛰어넘으면서 걷거나, 아예 차도 위를 잰걸음으로 걷는 광경도 이어졌다. 주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지용(24) 씨는 “직접 제지하고 안내 표지판을 붙여봐도 허사”라고 했다.

연말 서울 식당가 곳곳이 ‘꽁초밭’이 되고 있다. 회식이 급격히 느는 상황에서 직장인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이에 따라 담배꽁초를 무단투기하는 행위 또한 많아지기 때문이다.

같은 날 오후 9시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로 알려진 종로구 체부동 식당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담배를 입에 문 직장인 상당수는 너나할 것 없이 꽁초를 근처 전봇대나 빗물받이를 향해 던졌다. 일대 식당주인 임모(49ㆍ여) 씨는 “꽁초와 가래침에 호되게 당한 뒤 연말 연초에는 쓰레기통도 밖에 안 내놓는다”며 “출퇴근 때마다 청소는 하지만 눈 깜짝할 새 폭격을 맞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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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한 무리가 식당가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식당가 근처 빗물받이에 꽁초가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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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대해 한 자치구 관계자는 7일 “연말 연초에는 날이 추운 만큼 지하철역ㆍ버스정류장 등의 꽁초 무단투기율은 크게 감소하는데, 유독 식당가 내 무단투기율만 평시 수치를 유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몇몇 자치구는 필요 시 야간단속인원은 회식이 집중되는 식당가에 집중 배치하기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변 길을 걷던 일반 시민들은 ‘꽁초밭’으로 인해 눈살을 찌푸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중구 식당가에서 만난 회사원 이요원(40) 씨는 “이맘때면 담뱃재가 묻을까봐 흰 운동화를 신기도 부담된다”며 “꽁초와 온갖 쓰레기가 뒤엉켜있는 걸 보면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종로구 식당가에서 마주한 주부 여미란(45ㆍ여) 씨는 “바람에 담뱃재도 함께 날릴까 싶어 주변을 걸을 때면 숨을 꾹 참는다”고 말했다.

흡연자 상당수는 볼멘소리를 냈다. 이들은 쓰레기통을 찾아 한참 헤매다가 불가피하게 꽁초를 버렸다고 해명했다.

김모(45) 씨는 “(쓰레기통을) 찾아 골목길을 헤매다가 날이 추워 쓰레기가 쌓인 곳에 꽁초를 버렸다”고 했다. 꽁초를 슬쩍 던지다가 포착된 장모(39) 씨는 “쓰레기통은 없고 얼핏 보니 쓰레기가 쌓여있어 그랬다”고 머쓱해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연말 기준 시내 시가 관리하는 쓰레기통은 모두 5640개다. 자치구로 나눠보면 사실상 각 225개 남짓 있는 상황으로 이들 주장을 어느정도 뒷받침한다.

물론 이런 논리에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쓰레기통 유무를 떠나 흡연자 상당수가 꽁초 투기 근절에 동참할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환경미화원 서모(40) 씨는 “설령 쓰레기통이 적다해도 휴대용 재떨이를 들고 다니는 등 방식으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상황으로 지금에선 쓰레기통을 늘린다고 해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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