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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계저축·빚 모두 '고공행진'…양극화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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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에도 예금 600조 돌파, 증가폭은 대출이 3배 더 커
고소득층에 돈 몰리고, 저소득층은 가계수지 악화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가계의 저축과 빚이 동시에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초저금리에서도 예금은 꾸준히 늘었고, 가계부채는 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빈부격차 심화로 일부 계층에만 돈이 몰리는 것과 동시에 중산층의 소비 축소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총예금(1294조6189억원) 중 가계예금은 604조1327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예금이 600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3분기 동안 늘어난 예금액만 23조4057억원으로 지난해 1년간 총 증가분(21조5264억원)을 벌써 넘어섰다. 저축률도 3분기말 36.9%로 사상 최고치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는 저축뿐 아니라 빚도 늘었다. 3분기말 가계대출 잔액(가계신용 기준)은 1341조151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71조3433억원 증가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이 예금 증가액보다 3배 넘게 많은 셈이다.

이처럼 가계예금과 대출이 동시에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의 증가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남는 돈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렇게 쌓인 돈이 중산층 이하의 빚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부터 불평등이 심화되면 저축률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베이비부머들이 노후를 대비해 저축을 늘리는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축으로 축적된 자금은 돈이 필요한 계층에 빚으로 나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장기 저성장에 빠져 있는 일본에서도 중산층 이상의 저축이 늘어났는데 이는 소비를 축소한 데 따른 것이었다.

가계대출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소득계층에 따라 빚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대출에서는 고소득층의 비중이 높았다. 한은 금융안정점검회의 보고서(9월말)에 따르면 6월말 기준으로 상위 30% 고소득층이 전체 가계대출의 65.6%를 차지했다. 이어 30∼70% 중소득층 23.6%, 하위 30% 저소득층 10.8%로 집계됐다.

하지만 급전, 생활비 목적으로 주로 빌리는 신용대출의 경우 저소득층의 비중이 높았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신용대출만 보유한 차주는 59.5%로 집계됐는데 저소득층인 1ㆍ2분위((소득 하위 각각 20%ㆍ40% 미만)의 경우 신용대출만 보유한 차주 비중이 각각 67.2%와 68.4%로 상당히 높았다. 반대로 3∼5분위로 올라갈수록 61.0%, 56.0%, 51.6% 등으로 비중이 줄었다.

실제 소득 격차도 점차 커지고 있다. 고소득층의 소득은 1년 전보다 늘었지만 저소득층은 반대로 줄었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명목소득 기준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소득은 894만8054원으로 1년 전보다 4.7% 증가했다. 반면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1만6284원으로 1년 전보다 0.0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악화일로다. 수치가 높을 수록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의미인데, 3분기 5분위 배율은 5.18배로 1년전(4.81배)보다 더 높아졌다.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상승하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의 용처를 보면 고소득층은 거주이외의 투자목적 부동산 마련을 위한 경우가 많았고 저소득층은 생계비, 사업자금 마련의 비중이 컸다"며 "저소득층은 이 때문에 가계수지가 적자가 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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