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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취재파일] '주거복지 로드맵'을 복지부 장관이 발표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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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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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29일) 정부가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8·2 부동산 대책이 수요를 옥죄는 것에 중점을 둔 반면, '주거복지 로드맵'은 공급 대책이 다수 담겼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서민 주거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이번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제 발표는 세부 내용을 떠나 정부가 '주거도 복지다'라고 공식 선언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대책은 사실 경제 정책이었습니다. 부동산을 재화로 보고 그 가격을 어느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 맞는지, 그것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어떠할 지를 고려해 정책을 시행해 왔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그제 발표는 제목부터 달랐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겠지만, 주거(부동산)를 복지 차원에서 접근했습니다. 부동산을 재화로 보던 것에서 벗어나 의식주 차원으로 접근한 패러다임의 전환이었습니다. 제가 과문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주거 복지'를 전면에 내세웠던 건 어제가 아마 처음일 듯합니다.

그런데 '주거도 복지다'라고 천명했기 때문에 아쉬운 것이 있습니다. 복지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가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배제된 부분입니다. 어제 정책은 '관계부처 합동' 명의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관계부처'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입니다. 소위 경제부처라고 불리는 곳들이죠.

메시지는 내용 뿐 아니라 메신저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해석이 달라집니다. 메시지의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할 때, 같은 말을 누가 하느냐도 상당히 중요하죠. 대북 강경책을 외교부 장관이 아닌 통일부 장관이 이야기 할 때, 대북 유화책을 통일부 장관이 아닌 외교부 장관이 이야기할 때 의미가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대내 정부 정책의 성패는 국민들이 정책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입니다. 그제 발표를 복지부 장관이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물론,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나머지 부처가 '복지'와 무관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어느 때보다 복지 체계의 구축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모든 부처가 복지에 관심을 가지는 건 바람직한 일이죠. 하지만 '주거는 복지'라는 것이 레토릭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이 이번 정부 부동산 정책의 일관된 방향이라고 한다면, 진정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했다면, 무엇이 더 효과적이었을까요.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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