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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자급제’ 태풍 온다는데…깊어지는 1등 알뜰폰 업체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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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알뜰폰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된 가운데, 알뜰폰 1위 업체가 알뜰폰 협회를 탈퇴하는 등 관련 업계가 사분오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CJ헬로는 통신사가 자회사로 운영중인 알뜰폰 업체들과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알뜰폰 협회 탈퇴를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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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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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의 이같은 행보는 국회와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논의중인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와 맞물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알뜰폰 업체가 가입자 방어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이동통신 3사가 7조원 이상의 마케팅비를 아낄 수 있다. 대신 이통 3사가 가족결합할인, 장기가입자 할인, 멤버십 할인 등에 많은 자금을 투입해 700만명에 달하는 알뜰폰 가입자를 뺏어 올 수 있다. CJ헬로가 알뜰폰 사업의 존속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알뜰폰 가입자들이 대거 이통사로 이탈할 것”이라며 “알뜰폰 업계는 지금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 결합할인이나 장기 가입자 할인 등을 조건으로 요금할인율을 대폭 상향하면 알뜰폰 가입자들의 이탈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나온 망 도매대가 인하협상 결과도 CJ헬로가 알뜰폰 사업을 이어갈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데 한몫 했다. 전체적으로는 도매대가가 전년대비 평균 7.2%포인트(p) 인하됐지만 무제한 요금제 구간(월 데이터 사용 10GB 이상)의 도매대가 비율은 전년대비 평균 2.26%(p) 인하에 그쳤다.

대다수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저가 구간의 정액요금제 가입자 비율이 높지만 CJ헬로는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CJ헬로는 최근에도 데이터 10기가바이트(GB)를 2만원대에 제공하는 요금제를 선보이는 등 이통 3사의 무제한 요금제에 버금가는 통신요금 서비스를 선보여 왔다.

CJ헬로는 당초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예고한대로 고가인 무제한 요금제에서도 수익배분 도매대가가 10%p 내려갈 경우를 염두에 두고 공격적인 상품을 선보였지만 오히려 적자폭만 키우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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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가 내놓은 월 2만원대 무제한 요금제(10GB) 상품. / CJ헬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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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망 도매대가 인하 협상과정에서 알뜰폰 협회가 무제한 요금제 구간에서의 도매대가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한 반면, 저가 요금제 구간의 도매대가 협상은 유리하게 이끈 사실이 알려지면서 CJ헬로가 협회 탈퇴를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보편요금제와 단말기 완전자급제 추진 등으로 알뜰폰 사업 전망이 밝지 않은데다 1위 사업자인 CJ헬로와 다른 알뜰폰 업체들과의 관계까지 벌어지면서 내부 결속력이 극도로 약해진 상황”이라며 “돌파구를 찾지 못한 CJ헬로가 만년 적자가 예상되는 알뜰폰 사업의 포기 선언을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CJ헬로 관계자는 “당장 알뜰폰을 포기한다거나 제4이동통신을 준비한다는 소문은 사실 무근”이라며 “알뜰폰 협회 탈퇴 결정은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은 2011년 출범 이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적 영업 손실 규모는 약 3309억원에 달한다. CJ헬로의 누적 영업 손실액은 약 600억원에 달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통신업체 대리점이 아니라 일반 가전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휴대전화를 사서 고객이 원하는 통신업체에 가입하는 제도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판매에서 손을 떼는 것을 말한다. 법적으로 이통사의 휴대전화 판매가 금지되고, 단말기 보조금과 25% 선택약정 요금할인도 사라진다.

심민관 기자(bluedrag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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