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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천주교 "낙태죄 폐지 반대"… 전국 교구에 100만 서명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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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서 이례적 공문… 靑, 논란의 당사자 조국 수석 보내 곧 대화 시도]

부부가 천주교 신자인 文대통령 "교계 오해 않도록 잘 설명하라"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이후 천주교계가 폐지 반대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청와대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천주교계가 오해하지 않도록 잘 설명하라"고 했고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직접 나설 계획이다.

한국 천주교를 대표하는 주교회의는 28일 전국 16개 모든 교구(敎區)에 의장 김희중 대주교 이름으로 공문을 보내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명 서명운동' 동참을 촉구했다. 주교회의가 이날 전국 교구에 지침을 내린 건 일부 교구 차원의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을 전국 모든 교구와 성당으로 조직적으로 확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평신도 단체인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권길중)도 앞서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 80명에게 공식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도 이달 초 의사·변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은 염수정 추기경이다.

천주교계가 조직적으로 '낙태죄 폐지 반대'에 나선 것은 정부·여당이 이 문제를 공론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부터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낙태죄 폐지 청원'이 20만건을 넘어서자 지난 26일 "내년에 실태 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수석은 이 발표에서 "근래 프란치스코 교황도 임신중절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했다. 주교회의는 조 수석 발언 하루 뒤인 지난 27일 오후 '공개 질의' 형식의 긴급 발표문을 통해 "교황은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며 "교묘한 방법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주교회의는 28일엔 문제의 교황 발언 인터뷰 원문을 번역해 배포했다.

이처럼 종교계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가 해명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천주교 측의 항의 내용을 보고받고 "천주교계가 오해하지 않도록 잘 설명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모두 천주교 신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문제에 대해 예단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주교회의에) 설명하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조국 수석과 청와대 내 천주교 신자 모임인 '청가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수현 대변인,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을 주교회의에 파견해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천주교 측이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간 데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종교계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이 사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내는 것은 신중히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낙태죄는 그야말로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실태가 어떤지 알아보자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낙태죄 폐지를 강력하게 원하는 진보·여성계와 이에 반대하는 종교계, 중립적인 일반 국민 의견을 모두 존중하며 논의 진행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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