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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中, 정상회담서 또 사드 압박 태세… 외교부는 우물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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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군사회담부터 빨리 하자"… 사드 제한적 운용 요구할 듯]

- 사드 봉인됐다면서도…

외교부 "정상회담 의제 조율 필요"

- '사드 단계적 처리' 해석도 논란

靑·외교부, 중국어 원문 대신 중국측 설명과 영문에만 의존해

'현 단계에서 일단락'으로 주장

다음 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앞둔 한·중 외교 당국이 '사드' 문제의 의제 포함 여부를 놓고 신경전 중인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사드가 '봉인'됐다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정작 한·중 회담에서 다시 거론될지는 모르는 모순에 빠져 있다.

지난 22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배석했던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한·중 당국 간에 인식 차이가 있다"며 "(사드는) 중국 나름대로 엄중한 문제라서 차기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이)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더 외교적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사 당국 '사드 제한적 운용' 협의?

시진핑 주석이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다시 거론할지 여부의 1차 고비는 한·중 군사 당국 간 협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문제에 관한 10·31 한·중 합의에는 '양국 군사 당국 간 채널을 통해 중국 측이 우려하는 사드 문제에 대해 소통'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중국 측이 이를 서두르면서 다음 달 정상회담 전에 군사 당국 간 회담이 열릴 전망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무엇이 논의되느냐다.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기자 브리핑에서 '중국 측이 앞으로 사드 현장 조사나 사드의 제한적 운용 등에 대한 새로운 요구를 안 한다고 장담할 수 있나. 요구한다면 사드 문제가 일단락된 것이 아니지 않으냐'란 질문을 받고 "국방 당국 간 기술적 협의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거기서 어떤 요구나 논의가 있을지는… (모른다)"고 했다. 중국 측이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우리와 함께 미국의 국방 주권도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선 거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구를 받는다면 거절할 것인가'란 질문에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무엇을 전제하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中 입장 대변하는 청와대·외교부

당장 군사 당국 간 회담에서 중국이 무엇을 요구할지도 모르면서 24일 청와대와 외교부는 사드 문제가 "현 단계에서 봉합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중국이 그렇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13일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말한 '단계적 처리'가 '현 단계에서 봉합'하자는 의미라고 보고 있다. 14일 중국 외교부의 중국어 발표문에 따르면 리 총리는 "중·한은 얼마 전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대한 공동 인식을 일부 달성했다. 한국 측이 계속 실질적 노력을 기울여 중·한 관계 발전의 장애물을 깨끗이 치워야 한다"고 했다. 그 의미를 묻는 한국 기자들에게 당시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단계를 밟아 최종적으로 사드를 철수하라는 것"이라며 "첫 단계가 10·31 한·중 합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드 봉인'이란 우리 정부 설명과 다르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한·중 외교회담 후 정부는 중국어의 '계단성 처리(階段性處理)'를 우리 언론들이 '단계적 처리'로 번역했을 뿐 실제 의미는 다르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24일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측 설명에 따르면 '단계적 처리'는 '현 단계'란 의미"라며 "사드에 대한 '봉인'이라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중국 측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단계적 처리'는 '현 단계에서 문제를 일단락, 봉합'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중국어를 모르며 중국 측 설명과 영어 번역본에 의존해 사안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본지가 이날 통번역대학원장을 역임한 중국어 통·번역 교수, 중국통 외교 전문가, 원어민 등에게 리 총리 발언의 중국어 원문을 보여주자 모두 "'단계적 처리'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며 "중국어의 '계단성'은 '즉각 성취하기 힘든 중장기 목표를 향해 간다'는 뉘앙스로 원문 맥락은 'step by step'에 가깝다. 최종 목표는 사드 철수"라고 했다. 또 "중국 당국이 만든 영문본은 대외적 효과를 고려해 원문과 다른 경우가 많다. 중문본을 봐야 한다"고 했다.

10·31 합의 때도 중국은 우리 측에 '사드 문제가 봉합된다'고 했었다. 청와대는 중국의 설명만 믿고 베트남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직전까지 "사드 문제는 거론 안 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중국 측은 연거푸 세 차례 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도 우리 청와대·외교부는 여전히 중국 입장만 듣고 중국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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