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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F] '럭비공' 태풍, 언제 어디로 갈지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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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공동으로 예측시스템 개발

- 기존 모델보다 2배 정확

전지구 대상 데이터 수집

태풍 위치 세밀하게 추적

오차 200→100㎞로 줄여

- 3D 시각화 기술도 개발

수온·해류·대기 변화 등

한꺼번에 모두 보여줘

노트북서도 구현 장점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콜로라도주(州) 덴버의 콜로라도 컨벤션 센터. '수퍼 컴퓨팅 콘퍼런스 2017'에 온 관람객들이 미국 국립대기연구소(NCAR)의 전시장에 설치된 대형 TV 화면 앞에 모여들었다.

TV 화면에는 한반도 일대의 지도가 띄워져 있고, 태풍이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한 모습이 나왔다. 마치 실제 위성 영상을 띄워놓은 것처럼 태풍 경로가 정확하게 예측됐다.

이날 공개된 기술은 NCAR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K-MPAS(Kisti-Model for Prediction Across Scales)'이다. 태풍의 강도와 진행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로 특정 지역만을 대상으로 분석했던 기존 모델과 달리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기후·기상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통해 태풍이 언제, 어디서 발생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기상·기후는 예측이 힘든 분야이다. 대기·해양·지표면의 환경 변화는 항상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풍은 매년 똑같은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점에 발생한다. 이렇다 보니 과거에 일어났던 사례를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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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컴퓨팅 콘퍼런스 2017에서 미국 국립대기과학연구소(NCAR)의 존 클라인 박사가 컴퓨터 화면에 3D로 구현한 태풍을 소개하고 있다./덴버(미국)=강동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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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시각화 기술로 구현한 태풍의 모습. 해수면에서부터 대기층까지 태풍이 어떻게 발생하고 움직이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N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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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NCAR의 로버트 로프트 박사는 "앞으로 데이터 수집량이 더 늘어나고 K-MPAS로 이를 분석하면 더욱 정확한 태풍 예측이 가능하다"며 "태풍의 경로를 예측할 수 있는 시기 역시 기존 2~3일 전보다 훨씬 먼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 일대는 다른 지역보다 세밀하게 쪼개 더욱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K-MPAS는 기존 모델보다 오차 반경을 크게 줄였다. 예를 들어 태풍 72시간 전 예보 기준으로 태풍의 위치를 추적해본 결과 기존 모델은 예보와 실제 태풍 위치가 200㎞ 정도 차이가 난 반면 K-MPAS를 이용하면 100㎞ 수준까지 낮아졌다.

두 기관은 정확하게 예측한 태풍의 경로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VAPOR(Visualization and Analysis Platform for Oceanic, atmospheric and solar Researchers)'라는 기술도 개발했다. 3D(입체) 시각화 기술로 바다의 수온·해류 변화에서부터 이에 따른 대기 변화, 태풍의 예상 경로까지 한 번에 보여주는 도구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일반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에서도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보기 좋게 시각화할 수 있다. NCAR의 존 클라인 박사는 "기상예보, 기후 예측 분야에서는 최대한 많은 연구자가 함께 참여해야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며 "기상 데이터의 시각화를 통해 누구나 기상 예측 분야에 접근하고,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두 기관의 목표"라고 말했다.

KISTI와 NCAR은 기상 예측 연구를 위해 세계적인 그래픽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와도 협력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반도체)를 기상 예측과 빅데이터 분석에 사용하는 것과 동시에 빅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소프트웨어(가속 엔진)를 공동 개발하는 것이다. KISTI 재난예측기술연구실 장동민 박사는 "K-MPAS와 VAPOR를 활용하면 훨씬 정밀한 예측이 가능해 태풍으로 인한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덴버(미 콜로라도주)=강동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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