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핵추진 우주왕복선·지름 500m 망원경… 中, 우주·천문분야도 질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과학·기술·산업 스코어보드 2017'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과학 분야 논문 비중에서 미국(25.5%)에 이어 2위(14.0%)에 올랐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영국(6.0%)을 앞지르고 부동의 1위인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상위 10국 중 최근 10년 동안 과학 논문 수 비중이 늘어난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특히 논문의 질과 영향력에서는 중국이 이미 미국을 따라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9월 "지난해 세계 과학계에서 중요한 연구 논문을 내는 데 가장 많이 기여한 기관은 중국과학원"이라고 발표했다. 2위는 미국 하버드대였다. 네이처는 "중국은 공격적 투자와 세계 최고가 되려는 야망, 끊임없는 혁신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과학 강국이 됐다"고 분석했다.

조선비즈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을 따라잡는 데 급급했던 중국이 이제 물리·화학 등 기초과학부터 통신·컴퓨터 등 응용과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도국으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우주·양자통신·수퍼컴… 전방위 휩쓰는 중국 과학 굴기

중국은 지난 18일 2045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 우주 강국이 되겠다는 우주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우주 화물선 개발에 이어 2030년에는 달에 기지를 짓겠다는 것이다. 또 2040년에는 소행성에서 광물 채굴이 가능한 핵 추진 우주왕복선과 우주 태양열발전소 건립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중국은 지난해 총 22차례 우주 로켓을 발사해 처음 러시아(17회)를 앞섰고, 미국과는 같았다. 우주로켓과 인공위성 제작 기술력은 미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선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과학원 국가천문대는 지난해 9월 구이저우성(貴州省)에 축구장 30개 크기의 초대형 접시를 갖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톈옌(天眼·하늘의 눈)'을 완공했다. 미국 최대인 아레시보 천문대 망원경보다 2배 이상 크고, 검출 능력은 2.25배 높다.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실장은 "톈옌은 이전에는 검출되지 않던 아주 미약한 우주 신호를 잔뜩 잡아내고 있다"면서 "중국이 미국보다 우주 탄생의 신비를 밝히는 데 한발 더 다가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중국은 컴퓨터 분야에서도 종주국인 미국을 제쳤다. 중국은 지난 13일 세계 수퍼컴퓨팅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상위 500개 수퍼컴퓨터 중 202개를 차지해 미국(143개)을 처음으로 앞섰다. 세계에서 가장 연산 속도가 빠른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의 성능은 미국 최고인 타이탄의 5배가 넘는다. 또 지난 5월에는 남중국에서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고체 천연가스(메탄 하이드레이트) 채굴에 성공하며 미래 에너지 개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밖에 기존 통신을 획기적으로 바꿀 양자(量子) 통신과 재료 과학, 신약 개발 등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장은 "이미 한국이나 일본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중국 과학은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파격 지원으로 우수 과학자 유치

중국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 영입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세계적 수준의 학자에게 연구자 1인당 100만위안(약 1억7000만원)의 정착금과 억대 연봉 등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조건을 내걸고 과학자를 유치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중국으로 건너간 박사급 인력이 3만1997명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인력(3만1333명)을 넘어섰다.

중국 정부의 과학자 육성 정책으로 세계적 연구자도 대거 배출되고 있다. 논문 분석 업체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최근 발표한 '2017년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 상위 1% 과학자' 3300명 명단에서 중국(237명)은 미국(1661명), 영국(350명)에 이어 셋째로 많았다. 특히 중국은 34% 상승 폭을 보이며 세계에서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다. 한국은 28명에 불과했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중국이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해외 연구 기관에 있던 중국인 과학자들도 귀국을 최우선순위로 꼽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최근 중국이 입자 가속기, 핵융합 기기 등 초대형 연구 시설을 대거 건설한 덕분에 미국이나 유럽, 일본 과학자들까지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