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작가 김은희 남편' 그리 싫진 않아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화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김무열·강하늘 주연 미스터리물

"2008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전투의 매너'가 딱 열흘 극장에서 상영됐어요. 그 뒤로 9년 만의 영화네요."

29일 개봉하는 영화 '기억의 밤'을 연출한 장항준(48) 감독이 말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인터뷰 자리였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다시 찾아봤다. 당시 개봉 기간은 열흘이 아니라 1주일. 동원 관객은 1788명이 전부였다. 흥행 기록만 보면 분명 실패였다.

조선일보

‘기억의 밤’을 통해 9년 만에 영화감독으로 복귀한 장항준 감독. /메가박스 플러스엠


그런데도 9년 만에 작품을 발표하자,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단골 출연하면서 '개그맨보다 더 웃기는 영화감독'으로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사실 임권택·박찬욱 감독 정도를 제외하면 대중적으로 얼굴이 널리 알려진 감독이 그리 많지는 않다. 최근에 봉만대 감독이 알려져서 그렇지, 그전에는 저밖에 없었다"며 웃었다. 김무열·강하늘이 주연한 '기억의 밤'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전후 가족이 겪어야 했던 비극을 주제로 한 공포 미스터리물이다.

장 감독은 '박봉곤 가출 사건'(1996)의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곧이어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와 이듬해 '불어라 봄바람'의 연출을 맡았다. 하지만 '야행성'이나 '무한도전' 같은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연출을 맡으면서 '본업'인 영화감독보다는 '외도'라고 할 수 있는 예능인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라이터를 켜라'의 팬들은 그를 재능이 아까운 감독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그를 연예인으로 여겼다. 장 감독은 "준비하던 영화 1~2편이 무산된 이후, 충무로 영화계에서는 '연출 공백이 크다'는 이유로 작품을 맡기는 걸 꺼렸다. 나이가 쉰을 바라보는데 감각적으로 떨어지는 건 아닌지 내심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장 감독은 서울예대 89학번이다. 장진 감독과 배우 정웅인·장현성이 그의 동기다. 하지만 그는 "한 학번 아래인 90학번으로 배우 황정민·류승룡·안재욱과 개그맨 신동엽이 입학하면서 우리는 상대적으로 빛을 잃은 세대"라며 웃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TV 코미디 프로그램인 '좋은 친구들'의 작가로 TV에 먼저 입문했다.

방송 작가 시절에 만났던 후배가 훗날 드라마 '시그널'과 '쓰리 데이즈', '싸인'으로 유명해진 아내 김은희(45) 작가다. 이들은 1998년 결혼했다. '싸인'은 이들 부부가 공동 집필하고, 장 감독이 연출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장 감독은 "김은희 작가는 방송 작가 신입 공채를 통해 뒤늦게 입사했던 '직속 후배'였지만, 지금은 아내의 수입이 훨씬 많다"면서 "'장항준의 아내 김은희'보다 '김은희의 남편 장항준'으로 기억되는 것이 그리 싫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아내를 꼬박꼬박 '김은희 작가'로 불렀다.

이들 부부는 최근 드라마·영화 제작사를 공동 설립했다. 장 감독은 "재능은 충분하지만, 운이 나빠서 데뷔할 기회가 없었던 후배 감독들에게 15분짜리 단편을 맡겨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