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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미국 “망 중립성 폐기” … 넷플릭스·유튜브 이용료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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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업자가 콘텐트 차단·지연 가능

트래픽 많이 쓰는 업체들 비용 내야

페북·카톡으로 대용량 주고받을 때

고액 ‘비디오 요금제’ 등장할 수도

직장인 김민철씨는 퇴근길에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었다. 친구가 여행 가서 올린 동영상을 클릭하니 영상은 계속 끊기고 화면이 깨졌다. 김씨는 귀가 후 컴퓨터로 ‘쿡방’(요리하는 방송)을 라이브로 보여주는 영상 플랫폼을 틀었다. 그러나 방송 화면은 5분 정도 나오다가 정지됐다. ‘영상을 보고 싶으면 월 이용료 9900원을 더 내라’는 메시지가 떴다.

앞으로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영상 플랫폼과 소셜미디어가 유료로 바뀌거나 서비스 품질이 크게 저하될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에서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중앙일보

망 중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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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중립성 원칙이란 통신망(네트워크) 사업자(ISP)들이 통신망을 타고 제공되는 서비스와 콘텐트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동통신사가 거액을 들여 망을 깔지만 이 망을 누구나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2015년 미국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인터넷망을 공공재로 간주하며 망 중립성 정책을 세웠다. 국내 대표적인 ISP는 KT·SK브로드밴드가 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최근 이 원칙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와도 같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다음달 14일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안을 최종 표결에 부친다. FCC 위원 대다수가 여권 공화당 인사라는 점에서 폐기안은 이견 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망 중립에 관한 미국의 정책은 국내외 이통사업자는 물론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도 영향을 준다.

망 중립성 원칙은 페이스북·넷플릭스·네이버 등 콘텐트를 기반으로 한 각종 멀티플랫폼 기업들이 수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바탕이 됐다.

그러나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되면 망 사업자들은 서비스 속도 제어라는 무기를 쥔다. 결국 ISP와 인터넷 서비스 업체 간 수수료 협상은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처럼 많은 트래픽을 써야 하는 사업자들이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ISP들이 합법적으로 자사의 콘텐트를 차단하거나 접속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유튜브·넷플릭스 등은 서비스 요금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도 원래 8690원을 내는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가 있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메신저로 사진이나 영상 같은 대용량 파일을 주고받기가 쉽지 않아질 수도 있다. 글만 올리거나 동영상을 보지 않는 ‘텍스트형’ 요금, 고화질 동영상을 많이 보는 이들을 위한 고액의 ‘비디오형’ 요금제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전체 모바일 트래픽의 30%를 차지하는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트래픽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망 차별’ 정책이 오히려 전반적인 통신 인프라 유지·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미국에서 망 중립성 정책이 폐지되더라도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8월 오히려 망 중립성 원칙을 강화하는 ‘전기통신사업자 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 기준’ 안을 제정했다.

통신요금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사업 확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통신과 방송 등 여러 분야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어서다.

국내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용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금전적인 부담이 전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합리적으로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정책이 마련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이 크게 변하면 국내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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