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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방탄소년단, K팝 새 역사 쓰다]BTS 성공비결은 C·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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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넘어 팝의 고장 미국서도 주목받는 이유

Communication ㅣ 데뷔 전부터 SNS로 소통 활발…일상·안무연습·신곡 적극 홍보

Music & Meaning out ㅣ 젊은 세대 이야기 담겨 공감 “한국어로 계속 노래” 호응

Fandom ㅣ 팬들이 2차 창작물 제작·홍보…미디어에 음악 요청 등 ‘열정’

“방탄소년단이 K팝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7인조 그룹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연일 대중음악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아시아 아티스트로서는 유일하게 시상식 무대 위에서 공연을 선보이며 현지 언론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 여러 기록도 갈아치웠다. 트위터 최다 활동 남성그룹 뮤지션 부문 ‘기네스 세계기록 2018’에 등재되는가 하면 트위터 한국 계정 중 처음으로 팔로어 수가 1000만을 넘어섰다. 현재 조회수 1억뷰를 돌파한 뮤직비디오는 11편이다. 아시아를 넘어 팝의 고장인 미국을 비롯해 남미, 일본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국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계 및 K팝 산업 전문가, 음악비평가, 열성팬까지 8명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분석했다. 인터뷰는 e메일과 통화로 이뤄졌다.

■ ‘달리는 말’ SNS 올라타다

경향신문

“방탄소년단은 공식 데뷔 전부터 트위터로 팬들과 직접 소통을 시작했다. 회사 계정과 차별화된 멤버 계정을 별도로 개설해 7명 멤버들이 각자 개성을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일상 트윗을 수시로 올렸고 글로벌 K팝 팬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신희정 트위터코리아 이사)

“유튜브는 아카이브 구조로 인해 콘텐츠의 소비가 길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룹과 기획사, 팬들이 만들어낸 관련 콘텐츠들이 SNS에 계속 쌓이고 있다. 누적 콘텐츠양이 상당한 것도 인기가 확산되는 주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김미연 로엔엔터테인먼트 뉴미디어마케팅그룹장)

■ 네가 원하는 것을 줄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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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음식부터 안무 연습, 신곡 홍보까지 팬들과 공유했다. K팝 그룹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없는 해외 팬들은 이런 콘텐츠에 갈증이 있었다. 해외 팬들 입장에서는 특별한 경험이었고, 깊은 친밀감을 갖게 했다. 요즘 아이돌 문화는 ‘내가 키운 아이돌’이라는 감성이 크게 작용한다. 이게 방탄소년단에게 갖는 해외 팬들의 마음이다.”(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국제학과 교수)

“음악적으로 항상 다양한 스타일과 주제를 찾아나섰다. 멤버들이 음악을 작곡하고 제작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국 팬을 비롯해 서양 팬들은 아티스트들이 음악 제작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제프 벤저민 빌보드 칼럼니스트)

■ 잘 키운 팬 하나, 열 광고 안 부럽다

“팬클럽 효과가 크다. 강력한 유대를 가지고 있는 팬들이 힘을 발휘한다. 팬들은 미국 라디오 방송국에 ‘BTS 음악을 틀어달라’고, 쇼핑몰이나 레코드숍에 ‘BTS CD를 판매하라’고 요청한다. 라디오 방송 횟수와 CD 판매량은 빌보드 차트에 영향을 미친다.”(버니 조 DFSB 콜렉티브 대표·전 MTV코리아 PD)

“데뷔 때부터 온라인상에서 (한국어 콘텐츠의) 번역을 돕는 팬들이 많았다. 팬들이 유튜브 콘텐츠를 이용해 2차 창작물, 이른바 ‘짤’을 만들고 그들을 통해 다시 그룹을 홍보하는 순환적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 해외 팬덤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최 스테파니 음악인류학 연구자·캘리포니아주립대 산타바바라 캠퍼스)

“2014년 4월 트위터 @USBTSARMY 계정을 직접 개설하고 팬 페이지도 만들었다. BTS를 홍보하고 BTS의 뉴스 업데이트를 SNS에 공유하고 있다. BTS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국에는 BTS를 홍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훌륭한 팬클럽들이 많이 있다.”(에미 트위터 계정 @USBTSARMY 운영자)

■ 아프냐, 나도 아프다

“10대가 생각하는 꿈, 사랑 등을 노래에 담았다. 세계적으로 장기불황 상태에 취업이 어려운 세대, 좌절한 청년세대로부터 공감을 얻어냈을 것이다. 소비자들과 감성적으로 밀착하는 감성 마케팅의 한 사례다. 10~20대를 정확하게 타기팅했다.”(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노래에 담은 내용이 단순히 사랑에 그치거나 돈, 파티, 술과 같은 소모적인 내용이 아니라 청춘, 자유, 인생에 대한 목표, 시스템에 대한 저항과 같은 시대정신을 담아내려 했다는 점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최 스테파니)

“BTS의 음악은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팬들은 BTS가 젊은 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낀다. 많은 팬들이 BTS 음악을 듣고 자신의 삶에서 어려운 시기를 잘 통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에미)

■ 친절한 방탄씨

“ ‘방탄소년단’이란 이름을 ‘BTS’로 바꿔 부른 게 해외에서는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해외 팬들이 부르기 쉽고 SNS 해시태그 붙이기에도 좋다. 미국 대중에게는 심야 토크쇼가 영향력이 크다. 무대도 있고 인터뷰도 깊게 이뤄진다. 멤버 RM이 유창한 영어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자신들을 소개한다.”(버니 조)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게 (한국어만 쓰는 TV와는 달리) 한국어 장벽이 있는 팬들의 접근을 쉽게 해주는 측면이 있다.”(에미)

“미국 언론 대응에서 매우 현명하고 정통하다. 미국 방문 일정에서 미국 언론과 대화하고 상호 작용할 시간을 충분히 마련했다. 미디어는 팬들의 큰 반응을 보고 더 많이 그들을 소개하고자 했다.”(제프 벤저민)

■ 미닝아웃(Meaning Out : 정치·사회적 신념을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현상) 효과

“미국에선 연예인 역시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리더십과 책임을 가질 때 더 존중하는 분위기다. 현재 방탄소년단이 유니세프와 진행하는 인도주의적 프로젝트와 같은 작업들이 미국에서 더 인정받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계속해서 한국어 가사로 노래를 하겠다는 의지 또한 당장 영어 가사로 미국을 의식하며 인기에 연연하기보단 기존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사회가 선호하는 사회적 리더형 아티스트라고 볼 수 있다.”(최 스테파니)

▶“이름 알 듯 한데… 음악은 몰라요” 미디어 노출 적고 10~20대 겨냥

국내에서 아이돌 음악에 관심이 적은 30대 이상은 방탄소년단의 이름은 알아도, 이 그룹의 음악을 잘 알지는 못한다. 국내외에서 연일 화제를 쏟아내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두고 30대 이상 연령층에선 “왜 이렇게 인기가 많지?”라는 반응이 나온다.

K팝 전문가인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대형기획사가 아니다보니까 예능 출연이라든지 일반 미디어를 통해 충분히 알릴 기회가 적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면서 국내에선 사실상 미디어 노출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대개 아이돌 멤버의 경우 대중성을 얻기 위해 음악 이외에도 연기 활동이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병행한다.

방탄소년단의 음악 세계가 “10~20대 맞춤형”이라서 다른 연령대까지 팬층을 확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13년 6월 데뷔 이후 줄곧 10~20대 청춘들의 삶, 생각, 사랑, 꿈을 음악의 중심 주제로 다뤄왔다.

힙합 그룹으로 출발해 최근에는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장르를 결합하는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음악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신곡을 발표했을 때 국내 주요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오르긴 하지만, 장기간 순위를 지키진 못한다. 이 때문에 빅 히트곡을 많이 갖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이 선뜻 떠올리는 노래는 적은 편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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