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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급발진 차량 보는 듯"…고개 드는 코스닥 '버블'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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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없이 기대감이 끌어올린 '거품 장세'

제약·바이오株 쏠림 속 "12월 중순쯤 조정 온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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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김태헌 기자 = 코스피 '2부 리그'라는 오명까지 있었던 코스닥이 800선을 넘었다. 특히 최근 코스닥의 상승세는 거침이 없었다. 지난 3일 700선을 돌파한 지 정확히 3주 만에 100포인트 올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100km/h로 꾸준히 달리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시가지에서 급발진하는 차량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박스권 장세만 유지하던 코스닥이 오르는 데 대부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문제는 속도다. 짧은 기간에 가파르게 올랐고, 제약·바이오 업종의 쏠림이 지나치다는 게 비관론의 핵심 이유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가 휘청이면 코스닥도 꺾인다"며 "200km/h로 달리는 자동차를 세우려면 브레이크를 여러 번 밟아야 하는데 12월 중순쯤엔 조정이 올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 투자로 투기의 맛을 봤기 때문에 투자금이 다른 업종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다"며 "기관에서 단타를 치다가 시장이 아예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제약·바이오 10월 이후 20% 급등…기대감에 부푼 '사상누각 장세'

시가총액 상위를 꿰찬 제약·바이오주 상승으로 10월 이후에만 코스닥은 20% 넘게 급등했다. 시총으로 봐도 코스피 대형주를 거뜬히 넘어섰다.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지난 23일 기준)은 26조7260억원에 이른다. '셀총사'(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 총액은 무려 40조원에 달한다. NAVER는 26조6998억원, 한국전력도 24조4267억원에 그쳤다.

코스닥에 버블 경고가 켜진 데는 기초 체력이 상대적으로 코스피보다 약해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들이 호실적을 내면서 끌어올린 지수와는 결이 다르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제약·바이오 업종의 '기대감'에 투자금을 걸었다.

그러다 보니 임상 시험을 진행한다는 소식에도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신라젠은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고, 여전히 코스닥 기업 3곳 중 1곳은 적자 기업이다. "신라젠 등 바이오 기업은 정보가 없다 보니 악재도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나 투자자 모두 해당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르고 투자한다는 의미다.

◇코스닥 과열에 기름 붓는 정부

여기에 정부도 '코스닥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기름을 붓고 있다. 내년부터 연기금은 코스닥 투자 비중을 2%에서 10%까지 늘리기로 했다. '큰손' 연기금 자본이 많게는 1조원 이상이 코스닥으로 흘러간다는 게 산술적인 분석이다.

연기금의 투자도 시장에선 경계 심리가 적지 않다. 적절히 경보음을 보내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거품을 조장한다는 시선도 있다. 이종우 센터장은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인데, 거품이 낀 곳(코스닥)에 투자해서 가격을 높여줄 리는 없다"며 "시늉은 낼 수 있지만 의미 있는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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