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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의 원인?…전문가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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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관련, 4개 학회 긴급포럼 진행…추가연구 있어야 원인 규명 가능]

머니투데이

'포항지진 긴급포럼'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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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가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열발전소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을 규명하려면 앞으로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등 지질관련 4개 학회가 공동 개최한 '포항지진 긴급 포럼'에서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지열발전소가 땅속에 물을 주입했는데 그 이후 미소 지진들이 동반됐다"며 "특히 지열 발전소의 마지막 물 주입 두달 후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포항시 홍해읍 남송리 일대에 4킬로미터(km) 땅 아래 열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지열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는데, 땅속에 대량으로 물을 주입한 것이 지진을 유발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열발전소가 단층에 주입한) 물의 영향으로 단층대 마찰력이 약화돼 (단층이) 움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지열발전이 (포항)지진 발생을 빠르게 한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례로 지난 2011년 셰일가스를 시추하는 과정에서 지하 단층에 투입된 엄청난 양의 물로 규모 5.6 강진이 발생했던 미국 오클라호마 지진을 꼽기도 했다. 그는 "기초지질에 대한 정확한 조사 없이 지열발전소를 설치하는 건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포항 지열발전소의 경우 지금껏 2개 구멍에 약 1만2000㎥ 물이 주입됐고 지금은 일부를 빼서 약 5000여㎥ 양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클라호마 지역은 수백개의 주입구에 약 2000만㎥ 물이 주입된 것으로 단순 비교가 어렵다"며 "포항 지진처럼 규모 5.0 이상 강진이 유체 유입에 의해 일어나려면 수년간 상당량의 물이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지열발전의 물 주입이 포항 지진을 유발한 직접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오히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불안정해진 한반도 지각에 원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규모 5.0 이상 지진이 1978년부터 2011년까지 약 33년간 5회 발생했지만, 동일본 지진 후 올해 포항지진까지 6년간 5회 발생했다"고 말했다.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도 지열발전소에서 주입한 물의 양이 적다는 점을 지적하고 "지진이 복잡한 연쇄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데, 단순히 물을 주입했다고 큰 지진이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포항 지진은 이미 단층 운동이 (지진으로 연결될) 준비가 된 상태였고, 다른 요인(물 주입 등)이 트리거 작용을 했을 순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학자들은 지진 발생원인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지만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 등 포항지진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선 폭넓은 추가연구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김광희 교수는 "지진을 겪은 지 열흘도 안됐는데 벌써 결론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 자료를 더 자세히 봐야할 때"라고 말했고, 이준기 서울대 교수는 "결론에 도달하려면 단층 연구와 더불어 포항 지역만의 특징도 연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관 기자 s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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