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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개라서 무조건 유죄인가요?"…억울함 호소하는 견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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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물림 사고로 곳곳에서 마찰…지나친 보상 요구에 보호자들 속앓이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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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1.유기견이었던 울프(7·믹스견)를 5년전 입양한 정모씨는 지난해 9월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강아지가 귀엽다며 등 뒤로 다가온 어린 아이(6)가 다쳐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결국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았지만 아이의 부모는 부상 부위 성형과 정신치료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요구하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2.서울 홍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지난 3월 가게 손님으로 온 젊은 여성이 반려견 태풍이(11·말라뮤트)에게 부상을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400만원을 배상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받았다. 당시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고, 오히려 손님부주의로 일어난 사고였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단에 억울하기만 하다.

최근 개물림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에 사람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고 후 수습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견주들이 늘고 있다.

개물림 사고가 일어나면 일반적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 등과 상관없이 견주들은 다친 피해자들의 치료를 책임진다. 이를 악용해 부상 정도가 경미하거나 실제 물림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어도 지나친 보상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곳곳에서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울프의 보호자 정씨는 지난해 9월 25일 오후 집 근처인 서울 남산의 산책길을 두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걷고 있었다. 당시 개들에게는 1m 조금 넘는 길이의 짧은 목줄이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강아지를 보고 다가온 한 아이가 옆을 지나가다 엉덩이를 물렸다고 주장했고, 며칠 뒤 아이 부모가 보내온 치료비 청구에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지불했다. 정씨는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정씨에 따르면 1개월여가 지난 11월 말쯤 아이의 부모는 레이저 치료비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했고, 여기에 올해 1월에는 아이의 정신과 진료를 시작한 뒤 교통비와 개호비(간병비)까지 포함한 비용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에 정씨측이 진단서 등을 요구하자 아이 부모는 경찰에 고소를 해 형사재판이 시작됐고, 여기에 평생 장애에 대한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돌발성 난청이 발병하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씨의 딸 김모씨는 "전문기관에 피해자의 상처 사진을 보내 치흔 감정을 의뢰해보니 상처를 낸 개는 일반적인 소형견보다 작은 개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받았다"면서 "울프의 이빨을 본 뜬 모형과 상처를 비교해봐도 크기가 맞지 않는 등 여러가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태풍이의 보호자 김씨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손님과의 법정싸움이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는 대형견인 태풍이가 앞발로 자신의 얼굴을 공격해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씨는 가게 곳곳에 개가 싫어하는 행동과 주의사항까지 안내해놨을 뿐만 아니라 당시 현장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상에서도 손님이 개를 누르는 모습과 개가 두 앞 발 모두를 땅에 붙이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맞서고 있다.

김씨는 "어릴적 3번의 파양 경험이 있는 개를 데려와 10년 넘게 함께 지내고 있는데, 태풍이는 이제 나이가 들어 척추도 안좋고 관절염도 있어 사람이 만지는 것을 싫어하고 행동도 느리다"면서 "(손님이) 와서 만지면서 눌러서 개가 일어난 죄밖에 없는데, 사람을 해한 맹견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처럼 억울함을 호소하는 반려견 보호자들에 대해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제대로 관리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 측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죄가 된다면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하는 경우에도 무조건 반려견 보호자가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며 "재판부가 만일 이번 사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개들의 보호자들에게 묻는다면 국내 애견인들의 보행권에 심각한 제한을 야기하는 결정이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 대표는 이어 "동물을 향해 급작스럽게 뛰어올 경우 이것이 동물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인데 이러한 경우에도 동물의 점유자에게 과도한 처벌이 내려진다면 후일 동물 학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판례로 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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