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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경복궁도 불국사도…5.6 규모 지진에도 붕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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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여·경주 지역 주요 문화재 대부분 4.9에 '위험', 5.6에 '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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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문화재청장이 16일 지진으로 담장 등이 파손된 경상북도 포항 보경사(보물 제 1866호)를 방문, 사찰 관계자로부터 지진 피해 상황을 듣고 있다.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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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더는 지진 안전국이 아니다. 지난해 경주와 올해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인근에 위치한 첨성대, 석굴암 등 수 천 년 역사를 간직한 우리 문화재도 흔들렸다. 다행히 붕괴에 이를 만한 피해는 없었지만 국내 주요 문화재 대부분은 지진규모가 5~6에서 손상 또는 붕괴 위험이 커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2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2009~2013년 서울, 부여, 경주 지역 주요 문화재 175건(국보 21건, 보물 49건 등)을 대상으로 '지진·홍수 재해위험도 평가 및 관리시스템 구축' 연구를 진행한 결과 평균 지진규모 4.9부터 손상이 시작돼 5.6 규모에 붕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재 지진위험도는 문화재 유형, 재해 이력, 보수 기록, 지반 정보 등을 토대로 산정한 수치다. 벽체 균열, 축변화 등 건축문화재 손상이 시작되는 '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지진규모는 4.5부터 6.0까지로, 가장 많은 문화재가 4.9부터 손상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에 치명적 손상이 발생해 반파나 완파에 이를 수 있는 '긴급'에 해당하는 지진규모는 5.1부터 6.6까지 분포돼 있으며, 가장 많은 문화재가 규모 5.6에 해당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당 연구에 활용된 데이터는 문화재의 일반적인 건축 유형과 지역 평균적인 지리 정보를 기준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오차 범위가 크다"며 "어떤 문화재의 지진긴급등급이 5라고 해서 지진규모 5에 무너지는 건 아니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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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 조사원들이 13일 경북 경주시 첨성대에서 강진에 따른 피해 조사를 하고 있다.경주에서는 지난 12일 리히터 규모 5.1지진에 이어 5.8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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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첨성대의 경우 건축물이 세워진 바로 그 지반을 포함한 인근 수 ㎞ 내의 지리 정보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경주 지역의 일반적인 지리 정보를 토대로 조사한 것이다. 또 첨성대의 내진성을 강화하는 우물 정(#) 모양의 정자석 등 세부적인 건축 요소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모든 개별 요소를 고려해 조사를 진행하기에는 예산이나 인력 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문화재 관리의 기본 원칙은 고유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규모를 조사한 이유는 사전 조치보다는 지진 발생시 빠른 현장조사와 보수를 위한 우선 순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화재 방재 대책이 사후 관리에만 치중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문화재 방재 정책은 훼손 불가라는 원칙상 사후 대책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재해 전 위기관리와 대응 시스템 확충을 비롯해 재해 발생 도중 인명 구조와 손실 방지 대책 등 모든 단계에 대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불국사 다보탑을 포함한 국가지정문화재 52건과 시도지정문화재·문화재자료 48건이 피해를 입자 지진 방재 대책 강화에 나섰다. 올해 1월에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산하에 안전방재연구실을 신설해 문화재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11월 중에는 지진 모의 실험을 할 수 있는 연면적 625㎡ 규모의 시험연구동이 완공된다. 2021년까지는 '문화재 맞춤형 지진위험지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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