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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서울 불암산서 고구려 보루 추정 유적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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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육사 교수 주장…"추가 연구 필요" 의견도

연합뉴스

고구려 보루로 추정되는 불암산의 석축 시설. [육군사관학교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서울 노원구 불암산에서 삼국시대 고구려 보루(堡壘)의 일부로 추정되는 유적이 발견됐다.

보루는 성보다는 작은 규모의 방어시설이다. 아차산, 망우산, 수락산, 봉화산 등지에서 발견된 고구려 보루는 5∼6세기 고구려가 남진 정책을 펴면서 축조했다.

다만 불암산 유적은 정식 발굴조사를 통해 고구려 보루로 확증한 것은 아니어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육군사관학교(학교장 김완태)는 "불암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약 2㎞ 떨어진 해발 210m 높이의 평탄지 주변에서 고구려 보루로 보이는 석축(石築) 시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유적을 찾아낸 이상훈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에 따르면 평탄지는 남북 길이 약 35m, 동서 길이 약 8m로 전체 둘레는 90m 내외로 추산된다. 형태는 남쪽이 북쪽보다 조금 더 넓은 타원형이다. 평탄지 중심에는 8.4m 길이의 석재가 일부 노출돼 있다.

현재 석축 시설은 서북쪽과 서남쪽에 약 30m가 남아 있다. 보통은 2∼3단으로 쌓았고, 간혹 1단이나 4단 석축도 확인됐다. 성돌의 크기는 한 변의 길이가 10∼24㎝로 균일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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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보루로 추정되는 불암산의 석축 시설. [육군사관학교 제공]



이 교수는 "2015년 불암산에 산불이 나면서 낙엽에 가려져 있던 유적이 드러난 것 같다"며 "평탄지의 동쪽은 경사가 급하고 낙엽이 많아 보루 추정 유적의 유무를 조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탄지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서쪽에 또 다른 석축 시설이 집중돼 있다"며 "중랑천 방향을 방어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차산에 있는 고구려 보루처럼 타원형을 띠고 있고, 노원구와 남양주 별내가 잘 보이는 지점에 있다는 점에서 보루일 가능성이 있다"며 "고구려 보루의 분포상 수락산과 아차산의 중간에 있는 불암산에도 방어시설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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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고구려 보루 추정 유적과 인근의 고구려 군사시설 위치 지도. [육군사관학교 제공]



이에 대해 고구려 보루 전공인 백종오 한국교통대 교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불암산 유적으로 사진으로 본 백 교수는 "석축 시설이 인공 구조물인 것은 확실하지만, 보루인지 아니면 보루를 후대에 전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지표조사와 시굴조사를 진행하고, 주변에 있는 다른 고구려 보루와도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암산 일대에는 성벽과 석축의 흔적이 곳곳에 있어 군사 유적이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며 "전문가 자문을 거쳐 유적의 성격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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