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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디지털스토리] 韓 출퇴근 시간 OECD 최대…건강 나빠지고, 스트레스 치솟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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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직장인 7년 차 배병민(34) 씨는 최근 기상이 빨라졌다. 지난 6월 결혼과 함께 경기도 일산에서 안양시로 이사하며 출근 시간이 30분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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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직장까지 가기 위해서 배 씨는 늦어도 오전 6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도보로 4호선 범계역에 간 뒤 지하철을 탄다. 50분을 걸려 도착한 서울역에서 6호선으로 환승한다. 여기서 다시 디지털미디어시티역까지 간다. 하차 후 15분을 걸어서 회사에 도착한다. 출근에 걸린 시간은 총 1시간 40분이다. 배 씨는 이 시간 대부분을 서서 보낸다.

배 씨는 "1시간 반 이상을 내리 서 있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퇴근도 마찬가지"라며 "집에 도착하면 오후 8시가 넘는데 늦은 저녁을 먹고 나면 개인 시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배 씨처럼 통근시간이 100분 이상 걸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은 101.1분으로 나타났다. 긴 출퇴근 시간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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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균 출퇴근 시간은 101.1분이다. 주5일 근무를 가정했을 때 한 달에 약 37시간을 길에서 보내는 셈이다. 인천이나 경기 등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경우에는 155분(2시간 35분)에 달했다.

긴 통근시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인구총조사' 중 평균 통근시간 항목에 따르면 1시간 이상 걸리는 통근 인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95년에는 9.5%에 불과했으나 5년 뒤에는 14.5%로 크게 늘었다. 2010년 들어서 15.6%까지 증가했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15년에는 18.0%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120분 이상 걸리는 통근 인구는 처음으로 3만5천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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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통근시간은 유독 길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통근 소요시간은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길다. 2014년 기준으로 58분으로 유일하게 50분을 넘겼다.

2위인 일본과 터키가 기록한 40분보다도 18분이나 더 길다. OECD 평균보다는 곱절 이상 오래 걸린다. 가장 짧은 스웨덴에 비해서는 3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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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016년 9월 29일 오전 서울 지하철 분당선 선릉역에서 왕십리행 열차가 정차하는 사고로 일부 구간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출근길 시민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긴 통근시간은 건강을 해친다.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뉴욕시 독립예산국(IBO) 보고서를 인용해 장거리 출퇴근은 수면 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도했다.

뉴욕 시민 가운데 전철 통근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출퇴근에 사용하는 시간이 10분 길어질수록 수면 시간은 2분 이상 줄어든다. 또 통근시간이 75분 이상인 시민들은 45분 이하인 이들보다 통근 도중 잠드는 경향이 더 높았다고 발표했다.

장시간의 출퇴근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질병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코넬 대학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장거리 출근자에게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가 더 높게 나왔다. 연구진은 장기간 쌓인 스트레스가 만성 피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마포구까지 매일 4시간 가량을 길 위에서 보내는 서윤식(24) 씨는 "긴 통근시간 탓에 피로도 안 풀리고 몸이 계속 지치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서 씨는 "버스 2번, 지하철 2번을 갈아타고 출근하는 생활을 5개월째 지속했다"며 "퇴근 후 쓰러지다시피 잠들지만 피곤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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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사이트 인쿠르트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매일 출퇴근 시간에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한 이들은 31%에 달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고 답한 이들은 36%였다.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통근 거리와 행복도가 반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4년 발간한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을 위한 서울시 출근통행의 질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출근 거리가 5km 미만인 경우, 대중교통 행복지수는 73.9점이었다. 그러나 5~25km에서는 71.6점까지 떨어졌고, 25km 이상의 경우에는 70.1점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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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서울시 직장인들의 통근시간과 행복' 보고서를 통해 통근시간이 1분 늘어날 때마다 하락하는 행복 수준을 비용으로 환산했을 때 월 5천600원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통근시간을 30분 단축하기 위해 가구 소득의 7%를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통근시간의 증가는 서울시 직장인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교통 환경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도시 공간 구조 차원에서 주거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데이터 분석=신아현 인턴기자

인포그래픽=김유정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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