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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한상률, ‘DJ 비자금’도 캐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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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권서 “리히텐슈타인 은닉”…독일 청장 찾아가 계좌 정보 요구

본청 국제조사과 역외탈세추적 직원까지 동행, ‘개별 기업 조사 개입’ 확인

경향신문

한상률 전 국세청장(사진)이 2008년 독일 국세청장을 만나 당시 여권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DJ(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의 은닉처로 의심한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한국 기업 관련 계좌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히텐슈타인은 독일연방에서 독립한 조세회피처로 분류된다. 당시 국세청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는 “한 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태광실업 조사에 이어 ‘DJ 비자금’도 캐려 한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23일 “2008년 9월3~5일 한·독 국세청장 회의라는 명목으로 한상률 청장이 독일로 건너가 독일 청장을 만났지만 진짜 목적은 조세회피처의 한국인 계좌정보를 넘겨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한 청장의 요구에 대해 독일 국세청장은 (계좌정보를 얻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혐의 내용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거나 법원 판결을 가져오라며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청장의 독일 방문에는 국세청 국제조사과의 역외탈세추적 전담 직원 1명이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국세청은 한 청장의 독일 방문 후 국내 한 중앙일간지에 ‘유럽 조세회피처에 회사 자금을 은닉한 5개 한국 기업의 계좌를 추적 중’이라는 내용을 흘리며 정치인 자금도 조사대상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 무렵은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DJ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100억원대 양도성예금증서(CD) 사본을 공개했다가 제보자를 밝히지 못해 궁지에 몰린 때였다. 당시 1면 톱으로 이 내용을 보도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국세청 국제조사과의 한 직원이 관련 사실을 흘려줬다”며 “기사에서 정치인 비자금을 언급한 것은 당시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었다”고 털어놨다.

국세청의 한 전직 간부는 “당시 국제조사 업무를 하는 후배들로부터 ‘한 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에 이어 DJ 비자금도 캐려고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하지만 한 청장이 독일 청장을 만나 조세회피처 정보를 요구한 것은 외교적 결례이며, MB(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한 쇼였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본청 국제조사과가 개별 기업의 해외 비자금 추적에 동원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22일 국세청 해명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국세청은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한승희 현 청장이 과장으로 있던 국제조사과가 개입됐다는 보도(경향신문 11월21일자 1면)에 대해 “본청은 개별 기업을 조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탐사보도팀 강진구·박주연·정대연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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