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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포털 → 에이전시 → 작가 구조로 상호 계약 ‘갑을 관계’

정부, 불공정 문제 조사 착수…업계 “상생 분위기 정착 필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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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웹툰산업에서 일어나는 불공정 계약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개선작업에 나선 가운데 현 실태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웹툰산업이 고속으로 성장했지만, 상생 분위기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웹툰산업은 작가와 이들을 대리하는 대행업체(작가 에이전시), 웹툰 유통 플랫폼(네이버·카카오 등)이 상호 간에 계약을 맺으며 활동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웹툰 작가들의 경우 정보가 부족한 신인이나 지망생 시절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계약을 맺어 문제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문화산업 불공정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나온 웹툰 작가 박성철씨는 “일부 에이전시들은 작가들에게 50%에 달하는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일반적으로는 10%), 계약 시 2차 저작권을 포괄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2차 저작권은 웹툰 원작의 영화·드라마 등으로 얻는 수익에 대한 권리를 뜻한다.

에이전시 측도 이 같은 문제는 일부 인정하고 있다. 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의 수수료가 최근 오르는 경향이 있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작품 기획에 동참하거나 유통을 위한 편집 업무를 대행해주는 경우, 수수료의 가치는 어느 정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2차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는 “에이전시들이 영세하다보니 수수료만으로 운영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면서 “에이전시마다 요구 수준은 다르며 작가와 협의해 30% 안팎으로 가져가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전시들도 포털 등 대형 플랫폼과의 관계에선 ‘을’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대형 플랫폼이 웹툰시장에서 가진 압도적인 지위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4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장의 90.9%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데뷔를 원하거나 작품이 널리 알려지기 원하는 웹툰 작가들, 에이전시는 최대한 대형 플랫폼과 계약해 자신의 작품을 등록시키려 한다.

문제는 포털이 웹툰시장을 지배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계약에서의 불공정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위 업체인 카카오의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에이전시들과 맺는 계약에서 해외 진출 시 2차 저작권의 양도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지가 제휴의 이점 등을 빼면 해외진출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의문”이라며 “그럼에도 중소 에이전시나 작가들의 수익에 중요한 2차 저작권을 요구하는 것은 상생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카카오 측은 “카카오가 투자해 파트너와 공동개발하는 작품은 해외판권을 같이 계약하지만, 공동개발이 아닌 일반적인 파트너들의 경우 해외진출 필요성에 따라 해외판권 계약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측에서는 “2차 저작권을 주지 않으면 웹툰 서비스의 핵심인 연재물로는 내보내기 힘들게 돼 있다”며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2차 저작권을 주지 않고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업계의 갑을관계와 불공정 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당국도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네이버웹툰·포도트리(다음웹툰)·KT 등 국내 웹툰 플랫폼 사업자들의 불공정 약관에 대한 모니터링에 들어갔으며, 서울시는 웹툰산업 표준계약서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표준계약서나 약관 시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목소리도 있다. 웹툰업계 한 관계자는 “만화가협회에서도 표준계약서는 나와 있어 이를 참고하고 따르는 편이지만, 2차 저작권 등의 문제는 계약상의 지위나 힘의 관계에 밀리기 쉬웠다”며 “당국은 이 문제를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작가들과 에이전시 관계의 경우 출판 만화 시절부터 해묵은 갈등이 있었기에 이를 해소하는 소통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이전시와 대형 플랫폼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텐센트 등 중국의 대형 플랫폼들은 자신들의 잇속을 추구하는 경향도 있지만, 의외로 콘텐츠업체들과 자신의 역할을 잘 정립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상생 분위기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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