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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강인선의 워싱턴 Live] "헤일리, 이렇게 잘할줄이야" 美 차기 국무장관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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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政街 '틸러슨 연말 교체설']

지난달까진 폼페오 유력했는데…

헤일리, 트럼프와 대북 코드 맞고 中·러시아 설득, 대북제재 끌어내

공화·보수 인사들 찬사 쏟아져

두 명 모두 강경 보수파로 정평, 누가 되든 대북 강공 드라이브

조선일보

요즘 워싱턴의 최대 화제는 '연말 국무장관 교체설'이다. 전직 미 행정부 관리에서 싱크탱크 전문가까지 만나는 사람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연말에 물러난다더라"는 얘기를 꺼냈다.

틸러슨 사임설은 이미 여러 번 나왔다. 지난 10월엔 틸러슨 장관이 직접 "사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일도 있다. 그런데 이번엔 "올해 안에" 또는 "크리스마스 이전"이라고 구체적인 시기까지 못 박은 국무장관 교체설이 돌고 있다. 내년 1월 취임 1년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전열 재정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후임으로는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 중 누가 국무장관이 돼도 틸러슨이 빠진 트럼프 외교·안보팀의 대북 정책 기조는 강경 색채가 더 선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입장에선 강경 입장으로 한 발짝 더 움직인 국무부를 상대해야 한다. 이 두 사람 이외의 다른 후보가 발탁되더라도 2년 차엔 트럼프와 더 코드가 맞는 인사를 동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폼페오 국장과 헤일리 대사는 미국 최대 안보 현안인 북핵·미사일 위기 대응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 폼페오는 북한 김정은을 비롯한 주요 지도층 동향을 트럼프에 보고하는 역할을 해왔고, 헤일리는 유엔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총지휘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폼페오 국장이 차기 국무장관에 유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부 국무부 직원도 "폼페오가 차기 장관으로 온다고 들었다"고 했다. 폼페오 국장은 일주일에 네 번 일일 정보 보고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서 신뢰를 얻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엔 헤일리 대사가 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트럼프 정부 출범 초에도 국무장관 제의를 받았지만 당시엔 경험 부족을 이유로 거절했다. 유엔 대사로 일하는 동안에도 차기 국무장관감이란 얘기가 계속 나오자 지난 10월 CNN 인터뷰에서 "국무장관 제의를 받아도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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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헤일리 대사가 강력한 대안으로 계속 거론되는 배경엔 '코드'와 '실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안보 관심사인 북핵·미사일 문제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이뤄낸 거의 유일한 외교관이 헤일리이다. 헤일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고 밀어붙여 유엔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끌어냈다.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 기조에 딱 들어맞는 성과였다. 공화당과 보수 인사들 사이에선 "헤일리가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는 칭찬이 쏟아진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 중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가장 자주 언급했다. 대화와 협상이 직업인 외교관으로서 당연한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지만 그 때문에 트럼프와 불화를 빚기도 했다. 헤일리는 다르다. 정확하게 트럼프와 '코드'를 맞추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북한 김정은은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 미국은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우리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북한과 대화할 시간은 지났다"고도 했다. 폼페오 국장은 지난 5월 북핵 위협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CIA에 코리아 임무센터를 신설했을 만큼 북한 문제에 주력해 왔다. CIA가 특정 국가를 상대로 관련 정보를 총괄하는 조직을 만든 것은 처음이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트럼프 정부에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국무부를 배제하고 주요 현안을 직접 다룬다"며 "외교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무부의 입지가 줄어든 현실은 새 장관이 와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준비할 때도 NSC가 방문국 주재 미 대사관과 직접 접촉해 국무부가 소외되는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에너지 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인 틸러슨 장관 취임 이후 국무부는 '구조조정'을 겪어왔다. 예산은 30% 삭감됐고 인력도 대폭 줄었다. 약 20개 차관보와 40개국 이상의 대사 자리가 비어 있다. 직원들 사기도 땅에 떨어진 상태이다. 미 의회와 언론은 수시로 틸러슨의 리더십 부족이 국무부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한다. 한 미국 기자는 "요즘 국무부는 거의 청산 직전의 기업 같은 분위기"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그러나 "틸러슨 장관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장관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고 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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