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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CAR&TECH]쭉쭉 미는 ‘토크빨’-정숙한 ‘위스퍼 엔진’… 값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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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 한국GM ‘올 뉴 크루즈’ 디젤

디젤임에도 소음 거의 없어 인상적… 차체 강성 높이고 무게는 줄여

‘스톱&스타트’ 탑재… 고연비 부각

동아일보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 올 뉴 크루즈 디젤 차들. 디젤 모델답게 경사진 길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다.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정숙함을 갖춘 디젤 준중형 세단이라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한국GM 제공


한국GM은 이달 초 ‘올 뉴 크루즈’의 디젤 모델을 내놓았다. 한국GM이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올 뉴 크루즈 디젤이 구원투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위로가 돼주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올 뉴 크루즈 디젤의 성능을 확인하고자 1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출발해 경기 양주시 한 캠핑장을 왕복하는 90km 구간을 시승했다. 한국GM은 시승에 앞서 “디젤 모델의 주행 성능을 체험시키기 위해 일부러 경사와 곡선 구간이 이어지는 코스를 많이 넣었다”고 밝혔다.

주행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올 뉴 크루즈 디젤에 적용된 1.6L CDTi 엔진은 유럽에 위치한 GM 디젤 프로덕트 센터가 개발을 주도했다. 2만4000시간 이상의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총 700만 km가 넘는 실주행 테스트를 통해 내구성과 효율 측면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고출력 134마력(ps), 최대 토크는 32.6kg·m이다.

평지는 물론 오르막길에서 디젤 엔진은 힘을 발휘했고 안정적 주행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 정도 힘은 기존 가솔린 모델도 갖춘 게 사실이다. 가솔린 모델이 직분사 터보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디젤 차량을 선호하는 운전자들이 말하는 소위 ‘토크빨’로 인해 디젤 모델이 치고 나가는 힘이 조금 세지만 보통 운전자들이 평범한 도로 상황에서는 감지하기 쉽지 않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정숙성이다. 디젤 차량임에도 특유의 덜덜거리는 느낌과 소음이 거의 없었다. 가솔린 모델은 외부 소음이 유입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 부분도 개선된 듯했다. 유럽에서 ‘Whisper Diesel(속삭이는 디젤)’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엔진이라는 게 과장이 아니었다. 특히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 당연하게 들릴 법한 엔진음도 최소화했다. 정숙성만큼은 고가의 수입 준중형 세단과 비교해도 내세울 만한 장점이다.

올 뉴 크루즈 디젤 디자인은 가솔린 모델에서 안과 밖 모두 달라진 건 거의 없다. 차량 뒷부분 오른쪽에 ‘TD’라는 작은 마크 하나가 더 붙은 정도다. 다소 투박해 보이는 내부 기기 배치도 여전했다. 한국GM은 디젤 모델 출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올 뉴 크루즈의 강점을 강조하고 있다. 구형 크루즈 대비 차체 강성이 27% 높아졌음에도 110kg 가벼워졌다. 준중형차 중에서는 차 크기가 큰 편임을 감안하면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차가 정차하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는 ‘스톱&스타트’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고연비라는 디젤 차의 장점을 배가시킬 수 있다.
동아일보

올 뉴 크루즈 디젤의 뒷모습. 오른쪽에 부착된 ‘TD’ 가 디젤 차량을 나타내는 표시다. 한국GM 제공


성능 부분에서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명확하다. 다름 아닌 가격이다. 1월에 나온 올 뉴 크루즈 가솔린 모델처럼 디젤 모델도 아반떼 등 다른 준중형차 디젤 모델보다 300만 원 가량 비싸다. 시승 행사를 마치고 며칠 후 뒤늦게 가격을 공개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비싼 가격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건 올 뉴 크루즈 가솔린 모델이 시장에서 외면 받은 결정적 이유였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올 뉴 크루즈 가솔린 모델을 내놓으면서 꽤 자신만만해했다. 출시 행사 때 공개적으로 언급한 차의 이름만 봐도 그렇다. 우선 국내 준중형차 시장의 절대 강자인 현대자동차 아반떼를 지목했다. 크기와 성능 모든 면에서 아반떼를 앞선다고 자신했다. 실제 올 뉴 크루즈의 전체 길이는 4665mm로 아반떼보다 95mm 길다. 주행 성능도 아반떼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한국GM은 올 뉴 크루즈가 준중형차뿐만 아니라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중형차 구매를 고민 중인 고객도 공략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BMW 3시리즈 등 프리미엄 세단과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GM의 호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10월까지 올 뉴 크루즈가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하다. 크루즈의 1∼10월 판매 대수(구형 크루즈 포함)는 869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 8742대보다 오히려 적다. 아반떼 판매량(6만9830대)과는 비교하기가 민망하다. 업계에서는 ‘아반떼를 넘어서겠다고 언급한 게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고 본다. 아반떼와 관련해 흔히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하나는 ‘현대차는 욕해도 아반떼는 욕할 수 없다’이다. 준중형차 차 중에서 아반떼의 가성비는 해외 자동차회사들도 최고 수준이라고 인정한다. 그런 아반떼를 겨냥했으니 소비자들은 ‘도대체 얼마나 잘 만들었길래’ 라는 반발이 생길 법도 하다. 반발을 더 키운 것이 가격이었다. 초기 출시 가격이 아반떼를 비롯한 준중형차들보다 300만원 가량 비쌌다. 고객들이 수긍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자 본격적인 출고가 시작되는 시점에 가격을 인하했다.

한국GM은 디젤 모델을 내놓은 이번에도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실제 구매 가격은 내려갈 것이라도 말한다. 어차피 가격을 경쟁 차종과 비슷하게 맞출 거라면 애초에 출시 가격을 낮추는 게 더 나아 보인다. 그렇게 할 수 없는 건 ‘명시적 가격’을 결정하는 곳이 한국GM이 아닌 미국 GM 본사이기 때문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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