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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美 '망 중립성' 폐지…국내 영향에 정부·업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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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美 FCC '망 중립성' 원칙 폐지 공식 발표

한국은 '망 중립성' 강화 정책기조…변화 생길까

뉴스1

아짓 파이(Ajit Pai)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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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이수호 기자 =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정책의 기준점으로 평가받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오바마 정부에서 내세운 '망 중립성'(net neurality) 정책을 폐지하기로 밝히면서 정부와 업계가 미국의 결정이 국내 ICT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파급력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미국을 따라 다른 국가들이 잇따라 망 중립성 폐지에 동참할 경우 우리 정책당국도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다.

아짓 파이(Ajit Pai) FCC 위원장은 지난 21일 공식성명에서 "연방정부는 인터넷에 대해 미세하게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FCC가 작은 부분까지 규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지난 1월 취임 당시 예견됐던 망 중립성 폐지를 공식화한 셈이다.

망 중립성은 개인이든 사업자든 인터넷망 이용에 있어서 차별받지 않고 공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특정 유선 인터넷망 업체가 기업 규모나 국적, 시장 경쟁상황 등을 이유로 망 접속을 끊거나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통신사가 인터넷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으로, 현재 글로벌 ICT 업계의 대표주자인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같은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됐다.

그러나 망 중립성이 폐기될 경우 통신사 결정에 따라 인터넷 속도나 과금 등을 차등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버라이즌이 특정 인터넷기업에 느린 회선을 제공하고 추가 비용을 요구할 경우 해당 기업은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해 비용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FCC의 결정에 국내 ICT업계도 '비상'이다. 정부의 망 중립성 정책에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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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이동통신 대리점의 모습/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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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글로벌 추세에 맞춰 지난 2011년 가이드라인 형태의 망 중립성 지침이 시행된 이후 2013년 합리적 트래픽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지난 8월부터 망 중립성 강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자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 고시 제정안도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망 중립성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본격화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지난 3월 스페인에서 열린 'MWC 2017'에서 국내 이동통신 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이 망 중립성을 화두로 던지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박 사장은 망 중립성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누군가가 너무 많은 초과이익을 가져갔다면 관련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배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통신사의 인프라를 활용해 성장한 인터넷기업들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더욱이 올 상반기 SK텔레콤이 자사 가입자에게만 인기 모바일게임 '포켓몬고'에 이용시 데이터 비용을 전액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제로 레이팅' 정책을 내세우며 국내 ICT 업계 전반으로 망 중립성 논란이 확산됐다.

국내 인터넷업계는 망 중립성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다만 업계 전반적으로 우리 정부가 당장의 정책적 변화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170여개 인터넷기업들이 모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망 중립성 원칙 폐지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미국에서 폐지된다 하더라도 정부는 현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어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헌영 고려대 교수도 최근 한 토론회에서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통신시장이 더 자유화돼 있고 규제흐름이 다른 만큼, 미국에서 망 중립성 완화를 이야기한다고 우리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대로 통신사들은 '표정관리'에 나서며 말을 아끼는 상태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합리적 트래픽 관리'를 명분으로 자신들의 망을 이용한 각종 서비스에 대한 차등 제공이 가능해져 인터넷기업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미국의 상황과 다른 국가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추후 정책적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sho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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