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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발칸 도살자' 처벌까지 20여년…시리아 전범도 같은 길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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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 비호·방대한 조사에 전범척결은 '시간과의 싸움'

"러 비호받는 '화학무기' 아사드도 믈라디치 같은 한계 예상"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유엔 산하 국제 유고전범재판소(ICTY)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라트코 믈라디치 전 세르비아계군 사령관에게 종신형을 선고한 것은 보스니아에서 대량학살이 일어난 지 최소 22년이 지나서다.

믈라디치는 1995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동북부의 이슬람교도 마을 스레브레니차에서 8천여 명을 죽인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비롯해 1992~1995년 세르비아군의 잔학행위와 관련해 대량학살 10개 항의 혐의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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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집단학살' 믈라디치에 종신형 선고 [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2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보스니아의 도살자'라는 악명을 가진 그를 처벌하는 데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년보다 이전에 ICTY를 설립했지만, 믈라디치는 1995년 보스니아 내전이 끝난 후 잠적해 세르비아군의 도움을 받았다.

수년간 세르비아군이 운영하는 온천·사냥 리조트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베오그라드 북부 시골 마을에 사는 사촌 집으로 숨었다가 2011년 체포됐다.

이후 재판에서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 산더미 같은 법의학적 증거에 대한 검토와 600명 이상의 증언을 듣느라 5년을 보내야 했다.

이 같은 절차적인 지연과 함께 피의자의 고령화는 '시간과의 싸움'을 하게 한다.

ICTY에서 전범 재판을 받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은 2006년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감옥에서 사망했다.

ICTY 검사들은 믈라디치의 건강악화로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했다.

LAT는 다른 전쟁범죄 의혹에 대한 앞으로 펼쳐질 조사도 믈라디치 사건과 같은 한계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전범으로 첫 손에 꼽히는 이는 화학무기, 통폭탄 등으로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내전 감시기구인 '시리아인권관측소'가 지난 8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2011년 3월 중순부터 올해 7월 15일까지 31만7천여명이 숨졌다. 그 가운데 민간인은 9만9천여명에 달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 최고대표는 아사드 대통령을 언급하며 "믈라디치의 유죄판결은 잔혹 행위 가해자들에게 몇 년 뒤에는, 심지어 몇십 년 뒤에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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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하는 푸틴과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소치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를 실무 방문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반군과 싸우는 시리아 정부군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며 내전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lkm@yna.co.kr



그러나 LAT는 아사드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데는 믈라디치 경우처럼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양한 단체가 증거를 보존하려고 활동하고 있고 미국 의회가 청문회를 여는 등 전쟁범죄 사건의 토대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잇따르지만 조사가 방해를 받거나 증거가 인멸될 위험이 도사린다고 지적했다.

LAT는 믈라디치 사건처럼 시리아도 내전이 끝난 후 강력한 후원자가 피의자에게 수년간 안식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이란이 지정학적 이해관계 때문에 아사드 정권을 후원하고 있다는 관측에는 국제사회에서 이견이 없다.

특히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아사드 정권이 시리아 내전 중에 저지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안보리 결의안에 무려 10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근에는 아사드 정권이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결론을 내린 유엔 조사단의 보고서를 부정, 그들의 활동 기간 연장안을 거부해 조사단이 해산되도록 하기도 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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