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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강민호 잡지 못한 롯데, 손아섭도 놓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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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삼성에 입단한 포수 강민호 (서울=연합뉴스) FA 포수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17.11.21 [삼성 라이온즈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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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뿌리가 뽑힌 집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딱 그 꼴이다. 2004년 입단 후 14년 동안 롯데의 기둥뿌리 역할을 했던 강민호(32)가 삼성으로 떠났다. 롯데도 흔들리고 있다. 사실 롯데 구단도, 롯데 팬들도 강민호의 삼성행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강민호의 응원가는 '롯데의 강민호~'로 시작한다. 강민호는 그 응원가를 특히나 좋아했다. 그만큼 롯데에 애착이 강한 선수였다. 2013년 첫 번째 FA 자격을 얻었을 때도 그는 기꺼이 롯데에 남았다.

협상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들이 보인다. 롯데는 21일 오후 강민호와의 협상 종료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강민호에게 4년간 80억원을 제시했지만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강민호의 삼성행 소식이 터져 나왔다. 삼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강민호와 계약 소식을 알렸다. 강민호는 "모든 이야기를 다할 수 없지만 삼성의 제안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표현했다. 뒤집어보면 롯데와의 협상 과정에서 말 못할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FA 시장이 열린 한참 뒤에야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다. 소문은 소문을 낳기 마련이다. 이후 강민호와 관련된 소문이 쏟아졌다. 이대호(35)와의 불화설도 그 중 하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복귀한 이대호와 감정적으로 충돌한 강민호가 (그를 피해) 삼성과 계약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롯데 관계자는 "확인해 봤지만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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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39;필사적으로&#39;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5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 NC 다이노스-롯데 자이언츠 경기. NC 스크럭스가 5회초 무사 만루서 권희동의 3루수 앞 땅볼때 홈서 포스 아웃되고 있다. 롯데 포수는 강민호. 2017.10.15 handbrothe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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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소문이 도는 건 롯데 구단의 책임이기도 하다. 롯데는 그동안 FA 자격을 얻은 내부 선수와의 계약 과정에서 순탄한 적이 별로 없었다. 계약 금액에서 이견이 발생해 팀을 떠난 선수도 있고, 협상 과정에서 구단에 실망해 다른 구단의 제의를 받아들인 선수도 있다. FA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롯데는 22명의 FA 선수 가운데 12명과 계약했다. 재계약률이 54.5%에 그친다. 이는 NC와 kt를 제외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FA 19명 중 17명(89.5%)과 재계약한 한화와 비교된다. 롯데가 계약 과정에서 선수와 충분히 교감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롯데는 2014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은 투수 장원준(32·두산)을 붙잡지 못했다. 당시 롯데는 장원준에게 4년 88억원을 제시했다고 공개했지만, 두산은 장원준과 84억원에 계약을 성사시켰다. 올해 강민호의 사례와 거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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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39;천적 해커 상대로 안타&#39;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5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 NC 다이노스-롯데 자이언츠 경기. 2회말 1사 롯데 강민호가 안타를 친 후 1루 코치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2017.10.15 handbrothe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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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올해 정규시즌 3위로 2012년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특히 8월 이후 상승세가 돋보였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에서 NC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다 졌지만 롯데 팬들은 만족한 표정이었다. 롯데는 성과를 낸 조원우 감독과 시즌 후 재계약(3년)했다. 박세웅(22)·김원중(24)·박진형(23) 등 어린 투수들이 올 시즌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 내년에는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강민호가 떠나면서 이 모든 게 수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도 롯데에는 강민호를 대체할 포수 자원이 마땅치 않다. 그나마 나종덕(19)이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그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순위 지명을 받은 유망주다. 잠재력은 크지만 경험은 거의 없다. 특히 포수는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나종덕 외에도 김사훈(30)·안중열(22) 등이 있지만 강민호의 공백을 메우기는 어렵다.

롯데의 더 큰 문제는 FA 손아섭(29)과의 협상이다. 이제 롯데는 손아섭만큼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부담마저 생겼다. 그런데 손아섭을 노리는 구단은 한둘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도 있다. 몸값이 100억원은 가볍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손아섭과 일찌감치 협상 테이블을 차렸지만 아직 소득이 없다. 안심했던 강민호가 이적하면서 급해진 쪽은 롯데가 됐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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