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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탈원전 지지론자·시민활동가로 채워진 미세먼지대책위원회...업계 목소리는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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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미세먼지로 인해 서울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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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와 시민활동가로 구성된 미세먼지대책위원회를 발족했지만, 위원회 구성원 중 발전사와 자동차 등 관련 업계를 대표할만한 전문가는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탈원전을 주로 주장하던 시민단체나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인도 위원으로 대거 참여해 균형잡힌 정책 자문이 이뤄질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위원회가 자문 역할에 불과하고 회의 개최 주기도 길어 실효성 없는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발족한 미세먼지대책위원회는 대기측정 및 모델링, 건강분야 등 민간 전문가와 미세먼지 관련 시민단체 활동가로 구성됐다. 지난 9월 26일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보완하고 새로운 미세먼지 관련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미세먼지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집단 지성(싱크탱크)’을 통해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며 “지난 10일 열린 1차 회의에서는 정해관 성균관대 의대 교수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말했다. 1차 회의에서는 박지영 한국교통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내연기관 퇴출 국제 동향과 우리의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전기차 보급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미세먼지대책위원회 위원 구성을 보면, 앞으로 산업 환경을 고려한 조언을 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위원 24명 중 13명은 교수, 5명은 연구기관 연구원, 6명은 시민단체 활동가이다. 위원인 교수와 연구원들은 대부분 석탄화력발전소 축소를 주장하거나 탈원전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미세먼지 대책으로 주장해온 이들이다. 전력 수급 문제 등 에너지 업계의 의견을 전달할 전문가는 사실상 없다.

익명을 요구한 미세먼지대책위원회 A위원은 “환경부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위원회에 참여시켜 미세먼지 문제를 다각적으로 살펴보려 노력했지만, 실제 미세먼지 발생 원인으로 꼽히는 발전소나 자동차 등 산업계 관계자들의 참여는 매우 부족하다”며 “현실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의견을 조율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위원들 대부분이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라 논의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탈원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던 환경단체 위주로 위원이 구성됐다는 점도 문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중에서도 즉각적인 원전 폐쇄를 주장하는 등 극단적인 방식의 에너지체계 전환을 주장해왔던 터라 균형잡힌 자문보다는 한쪽으로 쏠린 의견이 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위원회에 참여한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와 ‘미세먼지대책을촉구합니다’와 같은 일부 시민단체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모인 30~40대 주부들이 만든 단체다. 전문성이 떨어져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일방적인 주장만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위원회가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자문만 할 뿐 직접 정책을 심의하거나 결정하지는 못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기별로 한번씩만 개최돼 위원회가 요식행위로 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세먼지대책위원회 B위원은 “위원회에서 논의된 결과물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될 지 회의적이라는 게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1차 회의에서도 위원회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세먼지대책위원회 활동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단기적으로는 정책 제안자 역할, 장기적으로는 미세먼지에 대한 각 분야별 기초 연구를 설계하는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위원회에 참여한 일부 시민단체의 경우 극단적인 주장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한 지식을 갖춘 이도 있다”며 “추후에 산업계 전문가 및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의견을 수렴하는 별도의 간담회를 만들고, 위원회도 2달에 한번씩 개최해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오도록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fee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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