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中짝퉁 더는 못 참아"… 국내 게임업체 칼 뽑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산 '짝퉁 게임'과 전면전(全面戰)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이 22일 중국의 현지 게임업체를 상대로 상하이 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중견 업체 블루홀도 조만간 중국 짝퉁 게임에 대한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1위 모바일 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는 현지 업체 20~30곳의 게임에 대해 저작권 침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중국 짝퉁 게임에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의 짝퉁 게임은 2000년대 초반 한국 게임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부터 불거졌던 문제다. 눈앞에서 뻔히 중국 짝퉁 게임이 등장해도 "법적 대응을 해봐야 득(得)이 없다"며 내버려뒀던 게 관행이었다. 저작권 침해 소송 기간이 긴 데다 자칫 현지 시장에서 배척받을까 봐 우려했다. 하지만 올해 국내 게임들이 북미·유럽·동남아 등 수출 지역 다양화에 성공하면서 "중국의 표절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강경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 게임이 뜨면 곧바로 중국 짝퉁 게임 10여 개 등장해

넥슨은 22일 공식 자료를 내고 "중국 내 게임 유통 협력사인 텐센트와 공동으로 PC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표절한 중국 업체 총 7곳에 대해 중국 법원에 소장을 낼 계획이고, 일부 업체에 대한 소장은 이미 제출했다"며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벌려는 중국 회사들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넥슨이 중국 표절 게임에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 연간 약 8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인기 게임이다. 넥슨 관계자는 "중국 게임업체들의 베끼기가 점점 노골적이 되면서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지난 3월 출시된 블루홀의 인기 PC 온라인 총쏘기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도 중국 시장에만 20여 가지 짝퉁 게임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블루홀은 최근 중국 내 게임 유통 협력사로 텐센트와 계약을 맺으면서 곧바로 짝퉁 게임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에 들어갔다. 이 게임이 전 세계 2000만 카피(장) 이상을 팔리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중국 짝퉁 게임들은 '외딴섬에서 이용자 수십 명이 단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운다'는 이 게임의 기본 틀은 물론이고 캐릭터와 그래픽도 그대로 베낀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게임 이름도 '배틀로얄: 적자생존', '그랜드 배틀로얄' 등 원작과 착각할 정도다.

넷마블은 현재 자사의 인기 PC 게임인 '스톤에이지'를 베낀 짝퉁 게임 30여 개가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스톤에이지가 중국내 2억여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면서 인기를 끌자 현지 업체들이 앞다퉈 짝퉁 게임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앞으로 짝퉁 게임이 나올 때마다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내년 중국 시장 재공략 앞두고 사전에 짝퉁 게임 경고 나서

중국산 짝퉁 게임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강경 대응은 내년 중국 시장 재공략을 앞둔 사전 정지 작업의 의미가 크다. 중국 정부는 올해 3월 이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논란과 맞물려 한국의 신작 게임에 대해 중국 내 서비스 허가를 한 건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양국 간 관계 개선으로 내년 초부터는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등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받을 전망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북미·유럽·동남아에서 흥행했던 대작 게임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에 확실하게 경고해야 내년 출시할 대작들이 짝퉁 피해를 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표절 게임이 최근 들어 한국으로 역수출되는 것도 입장 변화의 요인이다. 실제로 올해 1월에는 넥슨의 PC온라인 게임 '트리오브세이비어'를 그대로 베낀 중국산 모바일 게임 '로스트테일'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넥슨이 법적 대응에 나설 태세를 보이자, 국내 서비스를 접었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서비스를 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 내 법정 다툼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서현일 한국게임산업협회 팀장은 "지식재산권 소송은 대부분 3년이 넘는 장기전이기 때문에 중국 짝퉁 게임이 결론 나기 전에 돈을 벌 만큼 번다"고 말했다.



임경업 기자(up@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