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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靑 인사검증 기준안, 잣대는 세밀히…실효성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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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배제 기준 외에도 많은 기준 가지고 정밀 검증"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노컷뉴스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가 22일 발표한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안'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초기 내각 구성 과정에서 야당의 거센 공격을 받았던 기존의 5대 원칙을 강화하고 검증잣대를 구체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강조한 병역 기피·부동산 투기·세금 탈루·위장전입·논문 표절 등 기존의 5대 인사 원칙에 음주운전과 성범죄 전력을 추가해 전체적인 인사검증 틀을 강화하는 한편, 투기 목적의 위장전입이 아닌 불가피한 위장전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현실적 기준을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재 기준을 적용하다 보면 너무 많은 자의적인 면에서 문제가 생기는 부분을 많이 경험했다"며 "부족할지 모르나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고자 고민했다"고 말했다.

현실적 기준이 마련된 대표적인 항목은 위장전입이다.

기존에는 부동산 투기 목적이나 자녀들의 선호학교 입학, 외국 유학 중 우편물을 받기 위한 주소지 변경 등이 뒤섞여 위장전입으로 한꺼번에 지탄받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자녀의 학교배정을 위해 주소지를 이화여고 인근으로 옮겼던 사실이 드러나자 청와대는 투기 목적의 '질 나쁜' 위장전입이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번에 마련된 기준안에는 위장전입 판단을 인사청문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 또는 자녀의 선호학교 배정 등을 위한 목적으로 2회 이상 위장전입을 한 경우로 특정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청문회 당시 위장전입 이력이 불거졌지만, 청와대는 2005년 7월 이전의 일이고, 투기나 자녀 학교 문제 등과 관련없는 유학 중 발생한 일이라며 적극 방어한 바 있다.

병역 기피도 '본인 또는 직계비속이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경우' 등으로 구체화했다.

다만 병역 면탈 시도 등이 개입하지 않은 이중국적이나 외국 시민권을 가진 외교관 자녀들의 자연스런 병역면제는 이번 기준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세금 탈루도 '본인 또는 배우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 공제를 받아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기존 5대 인사원칙에 포함된 부동산 투기를 '불법적 재산증식'으로 확대한 점도 눈에 띈다.

새로운 기준안은 '본인 또는 배우자가 공직자윤리법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해 부동산 및 주식·금융거래와 관련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하거나 타인이 이용하게 한 경우'로 규정해 부동산은 물론 불법적 금융 재산 증식으로 넓혔다.

논문 표절 원칙 역시 연구 부정행위로 대상과 폭을 넓혀 '학위논문 표절 뿐 아니라 연구 부정행위 또는 연구비 부정사용으로 처벌된 사실이 있는 경우' 등 연구 윤리 부분으로 확대했다.

새 정부의 정권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검토했던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 항목이 포함된 것도 눈에 띈다.

최근 10년 이내에 음주 운전을 2회 이상 하거나 최근 10년 내에 음주 운전을 1회 한 경우라도 단속 경찰관 등에게 신분을 허위로 진술했을 경우 임용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성 관련 범죄는 '국가 등의 성희롱 예방 의무가 법제화된 1996년 7월 이후 성 관련 범죄로 처벌받은 사실이 있는 등 중대한 성 비위 사실이 확인된 경우'라는 구체적 기준이 제시됐다.

청와대는 각각의 원칙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고의성과 상습성, 중대성 요건을 적용해 임용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임용 예정 직무와 관련된 비위사안은 더 꼼꼼하게 들여다본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예를 들어 외교·안보 등 임용 예정자는 병역기피를, 연구분야 임용 예정자는 연구비 횡령 등 가중된 잣대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불법으로 재산을 증식한 의혹이 있으면 재정·세제·산업·법무 분야 공직 진출이 제한되고, 위장전입 전력이 드러나면 재정·세제·국토·행자·교육 분야 공직 진출이 막히게 된다.

박 대변인은 "청문직 후보자뿐 아니라 장관 등 정무직과 1급 상당의 공직, 그리고 그외 인사들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7대 비리 관련 사전 설문서를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해 국민들과 공직 후보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새롭게 마련된 기준안을 2기 내각 구성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지만 그간 제기된 부실 검증 논란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날 발표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논란 끝에 현 정부 1기 내각에 입성한 장관 중 낙마할 인사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은폐 의혹이 일었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나 '허위 혼인신고' 논란 끝에 자진사퇴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도만 새로운 기준안에 포함된다.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사유 중 하나였던 종교관이나 역사관 논란 등은 이번 기준안으로 걸러낼 수 없다.

또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내정자의 '황우석 사태' 연루 이력 등도 사실상 새 기준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기준은 원천배제 기준"이라며 "최소한의 기준이고 이외에도 많은 기준을 갖고 정밀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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