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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고대영 버티기에…KBS 평창보도 파행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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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실무 인력 모두 ‘방송정상화’ 파업

올림픽 중계·다큐 등 준비 부족



한겨레

고대영 한국방송(KBS) 사장이 지난 10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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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질없이 준비 중입니다.”

지난 15일 <한국방송>(KBS) 이사회에서 고대영 사장은 노조 파업에도 평창겨울올림픽 방송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그러나 그의 호언장담은 파업 80일째를 맞는 한국방송의 실제 사정과는 전혀 다르다.

“이미 지난달에 평창올림픽 방송계획이 나와야 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습니다.”(김영민 노조 스포츠 구역 중앙위원)

“본래 평창올림픽 특집방송을 4부작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1부라도 제대로 방송할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이태웅 스포츠국 피디)

평창겨울올림픽이 석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고 사장의 ‘버티기’로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한국방송의 올림픽 준비는 공백 상태다. 22일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노조)의 집계를 보면, 현재 스포츠국 전체 직원 60여명 중 보직 간부를 제외한 기자·피디 등 50여명이 고 사장 사퇴를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사실상 실무 인력 모두가 파업에 참여한 셈이다.

이번 올림픽에선 세계 최초로 지상파 초고화질(UHD)로 대회 중계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요소가 많다. 애초 한국방송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사상 처음으로 컬링을 초고화질로 전세계에 중계하기로 계약을 맺었지만, 파업이 더 길어지면 중계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태웅 피디는 “국제신호 중계의 경우 실수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1년 전부터 연습을 해야 한다. 지금은 전혀 연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미 평창올림픽 관련 중계·보도·다큐멘터리는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발전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이상화·이승훈 등 스타 선수들이 출전했지만 한국방송은 중계를 내보내지 못했다. 지난달부터 매주 30분씩 방영할 계획이던 <한눈에 평창>, 지난 1일부터 편성 예정이던 <특집 스포츠뉴스> 역시 불방됐다. 내년 초 방영 예정이었던 4부작 특집다큐멘터리 <올림픽과 대한민국>을 비롯해 <다시 보는 동계올림픽 명승부>, <로드 투 평창 우리 지금 여기>, <평창올림픽 개막 특집>, <패럴림픽 특집> 등도 연말까지 파업이 계속되면 무산될 수밖에 없다. 스포츠취재부 ㄱ기자는 “메달 획득이 유력한 선수들은 대회가 얼마 안 남은 내년 초가 되면 인터뷰가 불가능해진다. 지금 이미 취재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준비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의 이런 상황은 다른 방송사나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도 턱없이 부실하다. <에스비에스>(SBS)는 다음달부터 올림픽 관련 특집방송을 내보낼 계획이고, 곧 올림픽 방송단(50~100명)도 꾸리기로 했다. 김영민 중앙위원은 “2014년 러시아 소치겨울올림픽 당시엔 이미 2013년 10월부터 사장에게 ‘올림픽 방송계획 보고’가 올라갔다”며 “그러나 지금은 방송계획, 방송단 규모, 캐스터·해설자, 예산 등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평창겨울올림픽 관련 프로그램들을 파행으로 이끄는 데엔 ‘언론 정상화’ 요구를 무작정 외면하고 있는 한국방송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민 중앙위원은 “가장 중요한 취재 행사 중 하나인 평창동계올림픽 방송을 봐도, 고 사장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쪽은 “다음달 중순이 넘어가도 업무 복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특집 프로그램은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올림픽 중계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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