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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편의점 심야영업 안할 수 있게 해준다고? 현실 모르는 공정위 오지랖에 점주들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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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DB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주가 원하면 영업하지 않아도 되는 ‘심야 영업’ 시간을 5시간(오전 1~6시)에서 7시간으로 늘리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 예고했습니다.

현재 편의점주는 6개월 동안 영업했는데 심야에 적자를 보면 본사에 심야 영업 중단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개정안은 기준 심야 시간을 오후 11시~오전 6시 또는 오전 1~8시로 2시간 늘리겠다는 겁니다. 적자도 3개월만 보면 심야 영업 중단 신청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취지는 매출이 적은 심야 시간 영업을 줄여 점주를 돕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편의점 본부는 물론 점주들 반응이 싸늘합니다.

편의점 수 1위인 씨유(CU)와 2위인 GS25는 점주와 가맹 계약을 할 때 ‘19시간 운영’이 기본입니다. 그러나 4~5%를 제외한 대다수 점주는 24시간 영업을 원합니다. 오전 1~6시에 영업하지 않는 매장은 전날 밤 10시 이후부터 손님이 급격히 줄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정확한 폐점 시간을 모르면서 막연히 “저 매장은 밤에 문을 닫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심야 영업시간을 줄이든 늘리든 점주가 알아서 잘 선택하고 있는데, 개정안 만드느라 쓸데없이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뜻이 됩니다.

더 큰 문제는 개정안이 심야 영업을 그만두려던 점주까지 난감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요즘 편의점주 중에는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는 내년 이후 심야에 문을 닫아 인건비를 줄이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려면 심야 시간엔 적자가 나야 합니다. 그런데 개정안대로 밤 11시~오전 1시나 오전 6~8시를 심야 시간에 포함하면, 심야 매출은 흑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점주들 이야기입니다. 포함하겠다는 시간은 야근한 직장인,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이나 출근·등교하는 손님이 물건을 많이 사는 황금 시간대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개정안은 어떻게 보면 “심야 영업 하기 싫으면 매출 감소를 각오하라”는 뜻이 됩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입니다. 점주들은 안 그래도 최저임금이 오르는 내년 이후 어떻게 영업할지 걱정하느라 잠을 못 자고 있습니다. 한 점주는 “공무원들이 사는 곳 근처에도 편의점이 많이 있을 테니, 음료수 살 때 한마디라도 좀 물어보고 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충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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