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연합시론] 경찰위원회 구성 방식, 독립성 보장할 수 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경찰 수사의 공정성·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사의 최고 책임자인 '국가수사본부장' 직을 신설해 외부 개방직 인사로 임명하고, 경찰청장이나 서장 등 일반 경찰 관서장은 수사상황을 지휘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아울러 경찰의 최고 결정기구인 경찰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을 전원 비경찰 출신으로 구성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외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경찰개혁위원회는 최근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등에 대비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일반 경찰의 수사관여 차단' 방안을 마련해 경찰에 권고했다. 이 권고안은 수사경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일반 경찰조직과 수사 경찰조직을 분리하도록 했다. 경찰 수사조직에는 국가수사본부장을 정점으로 별도 지휘라인을 두고, 수사경찰관에 대한 실질적 인사·감찰권을 수사부서장에게 부여하도록 했다. 경찰청장과 같이 차관급인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위원회가 임명제청을 하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일반 경찰과 별개로 경찰 수사에 관한 정책 수립과 사건 수사에 대한 지도·조정을 총괄하는 막강한 자리다. 경찰청은 이 권고안의 취지에 공감하고 연말까지 일선 경찰의 여론을 수렴한 뒤 내년 2월까지 권고안 이행을 위한 종합 추진계획을 마련한다고 한다.

경찰이 일반 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 운영하고, 경찰청장과 지방경찰청장, 일선 경찰서장 등 일반 경찰관서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려는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비하는 포석으로 보인다. 전체 14만 명의 방대한 조직인 경찰이 수사권까지 가지면 너무 권한이 세진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런 지적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경찰 수사를 둘러싸고 제기될 수 있는 정치적 시비나 논란도 미연에 차단하려는 것 같다. 실제로 2012년 12월 18대 대선 직전에 터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서도 그런 의혹이 불거졌다.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서울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방향에 영향을 주려고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경찰청 본청의 특수수사과와 지능범죄수사대를 폐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어차피 경찰청장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이런 수사부서가 경찰청에 있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대신 경찰은 본청 특수수사과와 지능범죄수사대의 조직과 인력을 지방으로 이관하고, 지방청 단위의 광역수사체계를 강화한다고 한다. 경찰 수사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목돼온 전문성 보강 차원에서 적절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경찰위원회가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방식이 경찰 수사권 독립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경찰개혁위에 따르면 신설되는 경찰위는 경찰의 행정·인사 등 주요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장관급 국무총리 직속기구이다. 정부 직제상 행정부 외청으로 있는 현 경찰조직의 지위를 격상해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문제는 경찰위 위원을 입법·사법·행정부 각 3명씩 추천하고, 경찰위원장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한눈에 봐도 경찰위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경찰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경찰위가 임명 제청하는 국가수사본부장도 그 연장선에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일반 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하는 것도, 그 취지엔 공감하지만 일선 경찰의 사기 저하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당장 경찰 내부에서는 치안 현장에서 필요한 범죄 예방·안전 업무와 수사 업무 사이의 유기적 협력이 저해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경찰의 숙원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수사권을 얻으려고 수용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면 안 된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개혁위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 개혁을 강력히 성심껏 추진하되 너무 비현실적인 것들은 가려내는 지혜와 자제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