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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경찰 `한화3남 만취 폭행` CCTV 수거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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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2차 증언 줄이어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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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술집. 손님들이 마시다 남은 술을 '키프(keep·보관)'해두는 진열장에는 반쯤 남은 위스키 한 병과 함께 김앤장 소속 변호사 이름이 적힌 명함 두 장이 놓여 있었다. 지난 9월 28일 저녁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씨(28)가 만취해 자리에 함께했던 변호사들에게 막말과 폭행을 한 술집이다. 일명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이 일대는 피해 변호사들이 속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승용차로 10여 분 거리다.

7층짜리 건물 6층에 위치한 술집에 손님을 가장해 들어서자 직원들은 "무슨 일로 왔느냐"며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가게 한쪽에서는 경찰 3~4명이 분주하게 CCTV(폐쇄회로TV)를 살펴보고 있었다. 유명 재벌가 3세 폭행·막말 파문으로 세간의 분노가 들끓으면서 언론과 수사기관의 이목이 쏠린 술집 직원들은 긴장했다. 이 술집은 위스키와 와인, 칵테일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을 파는 일종의 '칵테일 바(bar)'다. 다트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흡연실도 보였다.

위스키 샷 한 잔이 1만2000원, 칵테일 한 잔이 1만~1만2000원 수준으로 통상적인 술집과 가격대 면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 이날 저녁에도 인근 회사원들과 대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사건 당일 분위기가 시끌벅적했고 술잔이 깨지는 등 몇 차례 소란이 있었지만 폭행이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전했다. 이 가게 한 직원은 "김씨와 변호사들은 가게 구석 북쪽 창가 쪽 테이블 4개를 이어 붙여 앉았다"며 "모두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재벌 3세가 있는 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마셨던 술도 유난히 비싼 술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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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3남 김동선 씨가 지난 9월말 김앤장 소속 신입 변호사들과 자리한 서울 종로구 소재 술집 내부 전경. 김 씨는 사진 속 창가 인근 테이블 4개를 이어 만든 자리에서 변호사 10여명과 함께 술을 마시다 막말과 폭행 등 난동을 부렸다. [사진 = 윤지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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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일삼았고, "너희 아버지 뭐 하시냐" "나를 주주님이라고 불러라" "존댓말을 써라" 등 주로 연장자인 변호사들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폭행·막말 이후 자신의 술값을 계산하지 않은 채 자리를 뜨면서 "너희들은 내 덕에 월급 받는 거야"라고 고함을 쳤다는 또 다른 증언도 22일 나왔다.

경찰은 가게가 제출한 CCTV를 토대로 디지털포렌식(증거분석)에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의 김씨 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에 배당됐고 검찰 지휘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맡는다. 폭행, 상해 처벌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수사기관의 사실관계 확인과 피해자 의사다. 대한체육회도 전직 국가대표 승마선수이기도 한 김동선 씨에 대해 진상조사에 착수해 제재 필요 여부 검토에 나설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폭행, 상해는 피해자 고소 없이도 수사기관 인지나 고발로 수사할 수 있지만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에 반대하면 처벌할 수 없다. 피해 변호사들뿐만 아니라 김앤장 경영진 측 대응도 관건이다. 김앤장 처지에서는 대형 클라이언트 기업 오너 3세인 김씨 처벌을 소속 변호사들에게 독려하는 데 부담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1일 사건 소식을 접한 김앤장의 경영진이 "재벌이라는 이유로 (김씨로부터) 폭행을 당하면서 (맞대응에) 나선 사람이 아무도 없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강경 기조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용건 기자 / 송광섭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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