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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환율 1090원마저…이례적인 원화 초강세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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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국내외 주식시장 초호황

②한국 경제 펀더멘털 강화

③외환당국 개입 경계 약화

④기준금리 인상 방향 확실

⑤미국달러 약세 흐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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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것은 쉽게 말해 원화의 가치가 급등할 만한 요인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화 자산을 사려는 투자자들은 많은 반면 미국 달러화는 서로 팔려고 한다는 의미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1095.8원) 대비 6.7원 하락한 1089.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5년 5월19일(1088.1원) 이후 2년6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장중 최저가는 1088.6원이었다. 이 역시 2015년 5월 19일 1088.0원까지 내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화뿐만 아니다. 원화 가치는 일본 엔화와 비교해서도 급등하고 있다. 이날 장 마감께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100엔당 971.20원에 거래됐다. 2015년 12월 28일(967.78원) 이후 최저치다. 이래저래 최근 원화 초강세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원화 가치가 이렇게 갑자기 급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환당국과 금융시장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크게 5가지 정도가 꼽힌다.

△국내·외 주식시장 초호황 △한국 경제 펀더멘털 강화 △외환당국 개입 경계 약화 △기준금리 상승 방향 확실 △미국 달러화 약세 흐름 전망 등이다.

◇국내·외 주식시장 초호황

최근 원화 자산이 ‘매력덩어리’로 부쩍 부각되고 있는 게 첫 손에 꼽힌다. 국내 주식시장이 연일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세 차례 1090원대가 붕괴됐다. 오전 9시18분께와 오후 1시35분께 1080원대로 잠시 내려앉았고, 그때마다 외환당국의 실개입 추정 물량이 나와 1090원대를 회복했다. 1090원을 ‘1차 저지선’으로 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확고했던 것이다.

환율이 1080원대 마감한 것은 폐장을 불과 1~2분 앞두고서다. 1090원선에서 움직이다가 갑자기 1089원선으로 훅 빠졌고, 그대로 거래를 마쳤다.

한 당국자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기 위한 셀 주문(달러화를 팔고 원화를 사는 주문)이 갑자기 한꺼번에 몰린 것 같다”면서 “주문이 많이 들어오니 어쩔 수 없이 1080원대로 하락했다”고 토로했다.

당국이 방어선을 친다고 해도, 시장을 움직이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의 힘이 강하면 어쩔 수 없다는 의미다. 그 중심에 주식시장의 초호황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내 경제 지표의 잇단 호황도 주목할 만하다. 단기적으로 보면 올해 3분기 ‘깜짝’ 성장률이 나온 지난달 26일 이후부터다. 당시 환율은 1130원 안팎에서 움직였다. 이후 수출과 경상수지 등 각종 서프라이즈 지표가 쏟아졌고, 원·달러 환율은 108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당국 인사들은 이같은 거시지표 호조가 원화 초강세를 떠받치고 있는 근본 요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 원화 초강세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펀더멘털이 반영된 시장의 힘이라는 시각에 더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외환당국 개입 경계 약화

또다른 주요 요인은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급격히 낮아졌다는 점이다.

이날 장 막판 시장 참가자들이 작심한듯 달러화 매도 물량을 쏟아낸 것도 경계감이 다소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한 선물사 외환브로커는 “장 막판 환율 급락은 외환당국의 개입에 대한 학습효과”라고 평가했다. 이날 당국은 장중 두 번 정도 개입성 물량을 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루 두 번 이상 개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경험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당국의 개입성 물량이 두 번이나 나왔음에도 시장의 달러화 매도 의지는 대단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수출보다 내수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화 초강세는 국내 주식시장에 우호적이고, 가계 구매력에도 긍정적이다. 물가 상승 압력도 덜해진다. 수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마이너스(-)가 분명하지만, 내수를 더 확대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환율보고서 이슈도 당국의 운신의 폭을 줄이고 있다는 평가다.

외환당국은 아직 공식 구두개입 등 강도 높은 개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당국은 7거래일간 장중 환율 변동 폭이 40원 이상 됐던 지난해 2월 중순께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던 적이 있다. 원·달러 환율이 1190원 후반대에서 단박에 1240원대를 넘봤을 때다. 지금도 변동 폭은 이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하지만 또다른 당국자는 “아직 공식 구두개입을 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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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방향 확실

이번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네 번째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30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인상은 지난 2011년 6월(3.00%→3.25%) 이후 거의 6년반 만에 처음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 펀더멘털 강화를 반영하는 측면이 크지만, 동시에 원화 초강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

달러화마저 최근 약세 분위기다. 미국 세제개편안 불확실성 탓이다. 달러인덱스는 원화 초강세가 진행된 지난 7거래일간 줄곧 93대에 머물며 횡보했다. 달러인덱스는 주요국 통화와 비교한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추후 원·달러 환율은 얼마만큼 하락할까.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원화 초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레벨도 1050원대까지는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환율은 앞으로 1060원까지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서울외환시장이 폐장한 이후 역외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086원대까지 추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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